고난주일 – 불법한 체포, 재판, 처형을 되새기며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22장 47절 – 23장 25절 (공동번역)

[1] 22:47 이하 – 47) 예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리가 떼를 지어 열 두 제자 중의 하나인 유다라는 사람을 앞세우고 나타났다. 유다가 입맞추려고 다가서자 48) 예수께서는 “유다야, 입을 맞추어 사람의 아들을 잡아 넘기려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 52) 그리고 잡으러 온 대사제들과 성전 수위대장들과 원로들을 향하여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왔으니 내가 강도란 말이냐? 53) 내가 매일 너희와 함께 성전에 있을 때에는 잡지 않더니 이제는 너희의 때가 되었고 암흑이 판을 치는 때가 왔구나” 하셨다. 54) 그들은 예수를 잡아 대사제의 관저로 끌고 들어 갔다.

*** 법에 비추어서 범법행위를 한 사람인 것이 분명하면, 그런 사람은 체포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무 법에도 저촉될 일을 한 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대사제의 눈에 거슬렸던 인물이라는 것 이외에는 그가 체포될 이유가 없었습니다. 권력자의 눈에 거슬렸기 때문에 죄 없는 예수님이 체포되셨습니다.

‘성전수위대’ 라는 것은, 때때로 명절이면 전국에서 모여드는 예배자들로 법석이는 성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있는 안전요원을 말합니다. 그들이 칼을 들고 사람을 검색하는 일을 하는 것은 월권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제사장이 동행한 가운데, 그들은 범법을 하고 있었습니다.

[2] 22:63 이하 – 63) 예수를 지키던 사람들은 예수를 조롱하고 때리며 64) 눈을 가리고 “누가 때렸는지 알아 맞추어 보아라” 고 하면서 65) 계속해서 갖은 욕설을 다 퍼부었다. 66) 날이 밝자 백성의 원로들을 비롯하여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모여 법정을 열고 예수를 끌어내어 67) 심문을 시작하였다. “자, 말해 보아라. 그대가 그리스도인가?” 예수께서는 “내가 그렇다고 말하여도 너희는 믿지 않을 것이며 68) 내가 물어 보아도 너희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69) 사람의 아들은 이제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70) 이 말씀을 듣고 그들은 모두 “그러면 그대가 하느님의 아들이란 말인가?”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내가 하느님의 이들이라는 것을 너희가 말하였다” 하고 대답하시자 71) 그들은 “이제 무슨 증언이 필요하겠습니까? 제 입으로 말하는 것을 우리가 직접 듣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 죄가 없는 사람을 체포해다 놓고서 온갖 곤욕을 당하게 하는 이런 불법자들이 어디 있습니까?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존귀하신 몸을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다룰 수가 있단 말입니까?

아침이 밝자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예비재판에 해당하는 심문을 하고 있습니다. 트집을 잡아 죄를 씌우고자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시는데 예수님께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듣는 사람들의 인식능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이지, 하느님의 아드님께 무슨 죄가 있단 말입니까?

[3] 23:1 이하 – 1) 그리고 나서 온 의회가 일어나 예수를 빌라도 앞에 끌고 가서 2) “우리는 이 사람이 백성들에게 소란을 일으키도록 선동하며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못 바치게 하고 자칭 그리스도요 왕이라고 하기에 붙잡아 왔습니다.” 하고 고발하기 시작하였다. 3) 빌라도가 예수께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하고 물었다. “그것은 네 말이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시자 4) 빌라도는 대사제들과 군중을 향하여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런 잘못도 찾아낼 수 없다” 하고 선언하였다. 5) 그러나 그들은 “이 사람은 갈릴래아에서 이 곳에 이르기까지 온 유다 땅을 돌며 백성들을 가르치면서 선동하고 있습니다.” 하고 우겨댔다.

*** 유다 나라에서 재판권을 가진 유일한 사람, 로마총독 빌라도가 예수님의 “무죄”를 선언을 했다고 했습니다. (4절) 그러면 재판은 끝난 것인데, 무슨 법정이 무죄선고가 끝난 피고에게 “죄가 있으니, 벌을 주라” 고 재판장에게 우기고 있단 말입니까?

[4] 23:6 이하 – 6) 이 말을 들은 빌라도는 이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이냐고 묻고 7) 예수가 헤로데의 관할 구역에 속한 것을 알고는 마침 그 때 예루살렘에 와 있던 헤로데에게 예수를 넘겨 주었다. … 10) 그 때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도 거기 있다가 예수를 악랄하게 고발하였다. 11) 헤로데는 자기 경비병들과 함께 예수를 조롱하며 모욕을 준 다음 화려한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 보냈다.

*** 최고의 법정인 빌라도 법정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사람을 빨리 석방하는 것이 옳은데, 빌라도는 예수를 헤로데에게 보냅니다. 이것은 헤로데의 지방관할권을 인정해 주는 듯한 정치적 제스추어였지만, 합법적인 처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헤로데도 ‘기적의 사람’ 이라고 소문만 듣던 예수님을 만나 보고는 ‘기적을 보여 달라’ 고 희롱만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왕의 예복(기다란 가운)을 걸치게 하여 빌라도 앞으로 다시 보냅니다. 조롱을 한 것입니다.

[5] 23:13 이하 – 13) 빌라도는 대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불러 모으고 14)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는 이 사람이 백성들을 선동한다고 끌고 왔지만 너희가 보는 앞에서 직접 심문을 했는데도 나는 너희의 고발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죄상도 찾지 못하였다. 15) 헤로데가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 보낸 것을 보면 그도 아무런 죄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 보다시피 이 사람은 사형에 해당하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16)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해서 놓아 줄 생각이다.” …

20)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 주고 싶어서 그들에게 다시 그 뜻을 밝혔으나 21) 그들은 굽히지 않고 “십자가형이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하고 소리 질렀다. 22) 빌라도는 세 번째로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이냐? 나는 이 사람에게서 사형에 처할 죄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러니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해서 놓아 줄 생각이다” 하고 말하였으나 23) 무리들은 더욱 악을 써가며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야 한다고 소리질렀다.

24) 마침내 그들의 고함소리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24)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선언한 다음 25) 폭동과 살인죄로 감옥에 갇혀 있던 바라빠는 그들의 요구대로 놓아 주고 예수는 그들 마음대로 하라고 넘겨 주었다.

*** 군중이 끈질기게 악을 쓰며 ‘십자가 처형’을 주장하자, 재판장인 빌라도가 자기 입으로 수 차례 “이 사람은 죄가 없다”고 명백하게 밝혔던 예수님을 ‘너희 마음대로 하라’ 고 하면서, 폭도들의 의사에 맡기며 넘겨 줍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빌라도가 죄없는 사람을 ‘너희 마음대로 하라’고 넘겨 주었으니, 결국 사형언도를 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공산당들이 하는 ‘인민재판’이나, 무슬림권에서 하는 ‘명예살인’이나, 사람을 불법으로 죽이는 일이 인류역사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런 불법을, 정의의 이름으로, 때로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합니다.

불법투성이의 예수님 십자가처형은 이렇게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이 불의한 피흘림의 책임을, 자기들과 자기들의 후손에게 돌려도 좋다 (마27:25) 고 떠들어댔던 무리들의 말대로, 유다 백성들은 지금껏 이 불법의 값을 치르느라고, 지난 2천 년 동안 나라 잃은 수난의 역사를 겪었던 것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불법 투성이의 재판을 거쳐서, 하느님의 아드님을 저희 인간들이 처형하고 말았습니다. 주 하느님,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옵소서. 저희의 이 불법한 죄까지도 용서하시러, 십자가에 오르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날도 계속되는 저희 인류의 불법을 멈추어 주시고, 하느님의 공의를 드러내며 살도록 성령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