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월요일 – 성전을 성전 되게 하라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가복음 11장 12-21절 : 12) 이튿날 그들이 베다니아에서 나올 때에 예수께서는 시장하시던 참에 13) 멀리서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열매가 있나 하여 가까이 가 보셨으나 잎사귀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4) 예수께서는 그 나무를 향하여 “이제부터 너는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여 아무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할 것이다” 하고 저주하셨다. 제자들도 이 말씀을 들었다.

15) 그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한 뒤, 예수께서는 성전 뜰 안으로 들어 가 거기에서 사고 팔고 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시며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셨다. 16) 또 물건들을 나르느라고 성전 뜰을 질러 다니는 것도 금하셨다. 17)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시며 “성서에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하리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이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구나!” 하고 나무라셨다.

18) 이 말씀을 듣고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예수를 없애 버리자고 모의하였다. 그들은 모든 군중이 예수의 가르치심에 감탄하는 것을 보고 예수를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19) 저녁 때가 되자 예수와 제자들은 성 밖으로 나갔다.

20) 이른 아침, 예수의 일행은 그 무화과나무 곁을 지나다가 그 나무가 뿌리째 말라 있는 것을 보았다. 21) 베드로가 문득 생각이 나서 “선생님, 저것 좀 보십시오! 선생님께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말라 버렸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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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는 제 철이 아니면 과일을 따 먹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과일을 먹고 싶어도 과일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시장하신 예수님께서 무화과 철도 아닌데 무화과를 기대하고 무화과 나무로 가셨다가 과일을 얻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면 조용히 돌아서는 것이 보통인데, 왜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신 것일까요?

무화과 나무 하나를 죽이시면서, 값비싼 교훈을 인류에게 남기시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분노는 무화과 나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성전에 대해서 분격하고 계셨습니다.

주일인 어제 우리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오시던 일을 기념하는 종려주일로 지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들어오시면서 즉시로 하느님의 집, 곧 성전으로 가셨습니다. (막11:11) 성전에 가셔서 “이것 저것을 둘러 보셨다” 고 했습니다. 무엇을 보셨을까요?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시고, 법석이는 우리나라 재래시장 이상으로 붐비는 상인들의 떠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물을 팔고 사며 흥정하는 소리, 상인들이 팔 양과 염소와 온갖 짐승들의 소란스런 울음과 그리고 오물 냄새, 헌금을 하려고 성전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로 환전하기 위해서 환전상들과 다투는 소리, 장사꾼들이 성전 뜰에서 조심스럽지 않게 성소를 드나드는 행동을 보면서, 예수님은 마음 속에 진정시킬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장마당이 된 성전’ 을 도저히 견뎌 내기 힘드셨던 것입니다.

성전 바깥에서는 생업을 위해서 바쁘게 일을 한다 하더라도, 성전에 들어와서는, 하느님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회개하고, 예배하며, 돌이켜 새 사람이 되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의 자세를 바로잡는 일이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것이 성전의 사명인데, 어쩌다가 성전이 이 꼴이 되었는가 하는 마음에 분격하셨던 것입니다.

정녕 성전이 성전 구실을 못 하겠다면, 성전을 없애느니만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전을 대신해서 무화과 나무로 본을 보이셨습니다.

우리들은 유다인들의 성전 대신에, ‘교회’의 조직과 가시적인 교회당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교회를 통해서 우리들은 예배를 드리고 있고,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배우며, 성도들의 교제가 있고, 신앙양육이 있으며, 복음을 전하는 전도와 선교의 활동이 추진됩니다. 이것은 모두 하느님의 나라가 건설되기 위해 이루어지는 일이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있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이름으로 교회는 세워지고, 세월은 아무리 흘러도, 하느님의 나라는 확장되지 않고, 하느님의 영광도 꺼져 버려, 수치스런 교회의 모습 만이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면, 이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심정이 어떠하실는지,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신 사건에 비추어 보면, 금방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이 사순절에 우리들의 교회를 하느님께서 어떻게 보시고 계실까를 묵상하면서 회개하도록 합시다. 만약 우리들이 교회의 치리를 부분적으로 맡고 있다면 특별히 더 깊이 반성하도록 합시다.

또 한편으로, 사도 바울의 서신 (고전3:16-17) 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기 안에 살아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만일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을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며 여러분 자신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기억하시는지요?

가시적인 교회당도 성전이지만, 우리의 몸도 성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성전답게 거룩해야 하고, 예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도구여야 하고, 복음을 전하는 주체로서 있는 것입니다. 만약 거룩하지도 못하고, 예배도 없으며, 사랑도, 양육도, 복음전파의 도구도 되지 못한다면, 하느님은 우리의 몸을 필요없는 존재로 보실 것이 분명합니다. 두렵습니다.

이 사순절에 우리 각자의 몸이 하느님의 성전의 구실을 하는가를 생각하며 회개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예수님께서 시장하셔서, 무화과나무에 다가서셨듯이, 거룩한 백성들을 만나시러 당신의 이름으로 세워진 교회를 찾아오실 때에, 실망치 않게 되시기를 빕니다. 저희 교회가 부실한 교회가 되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또한 성전인 저희 각자의 몸도 충실한 성전의 역할을 감당하는 몸으로 살아가게 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하느님 앞에 칭찬 받는 성도, 칭찬 받는 교회들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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