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고린도전서 11장 23-26절 : 23)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빵을 들어서 24)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25) 식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시고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 너희가 마실 때마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26)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선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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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성공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방문하는 교회마다 격식있는 전통 성찬식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 교회에서 드리고 있는 예배나 별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멜본에 갔을 때였습니다. 키토라는 사제가 거리의 떠돌이들과 함께 모이는 주일성찬식에 가게 되었습니다. 한길가에 있는 작은 간이식당에서 주일에 모이는 모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그 예배에 나오는 분들은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에서 기어이 빠져 나오려고 애쓰는 분들이나, 또는 심한 장애자들, 신용불량자들, 극빈자들이었습니다. 소위 ‘정규의 지역교회’ 가 아무리 오라고 강권을 해도, ‘재미 없다’ 며 가지 않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날의 주제는 ‘마음의 그림’ 이거나 아니면 이와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키토 사제는 각자에게 자기의 추억을 발표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자기 마음에 담겨 있는 그림이 있으면, 그 그림을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각자는 어렴풋한 옛날의 기억을 더듬어서, 그림을 한 가지씩 소개했습니다. 모두는 신바람이 났고, 다른 사람이 소개하는 그림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떤 이는 자기 어머니가 좋아하던 그림을 소개하고 싶다며, 한참을 훌쩍인 후에야 그림 소개를 했습니다. 오랜 동안 소장하고 있는, 자기 옛날 친구의 그림을 소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떤 참석자는,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말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기도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유병 마개 만한 작은 양초를 켜서, 한 사람 씩 앞으로 나와, 기도탁자 위에 얹으면서, 자기가 누구를 위해 기도하려고 하는지, 곧 기도제목을 말했습니다. 병든 친구, 가난으로 고생하는 가족, 헤어진지 오래된 식구들, 여러 종류의 기도제목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일동은 잠간 통성으로도 기도했고, 나중에 신부님이 중보기도의 마침기도를 했습니다.
성찬식은 공도문(기도서)에 있는 기도문 대신에 아주 짧게 작성된 기도문으로 성찬을 축복하고 떡과 포도주를 나누었습니다. 성찬을 준비하는 시간에, 자신의 ‘극기 약속’을 봉헌물과 함께 주님 앞에 바쳤습니다. ‘극기 약속’은 한 주간의 생활을 하나님 앞에 봉헌하는 약속을 바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성찬식에 이어서, 신부님이 준비한 간단한 애찬도 있었습니다. 스낵과 음료를 나누었습니다. 함께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문을 나서는 참예자들이, 헤어지기가 싫어서, 한참 동안 길거리에서 더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졌습니다. 특별히 서로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주의할 사항, 격려할 말씀들을 큰 소리로 피차 다짐하면서 헤어지는 광경은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그들의 성찬례에는 진정 감사가 있었고, 자신의 생활에 밀착된 메시지가 있었고, 공동체가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이 있었습니다. 저는 왜 저런 성찬을, 평소에 제가 만나는 성도들과 더불어 나누지 못하는가, 한참 동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2천 년 전, 예루살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함께 나누시던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은 저희의 삶의 원동력입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저희 교회의 성찬은 그만 활력을 잃고 말았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형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설교말씀도 허공을 치기가 일쑤여서, 저희의 기도 역시 간절함이 없는 청구서 낭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 하나님, 저희의 성찬에 성령을 통하여 생명력을 주시옵소서. 살아있는 예배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온전한 헌신의 마당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