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19장 28-34, 38-42절 : 28) 그 뒤에 예수께서는 모든 일이 이루어졌음을 아시고, 성경 말씀을 이루시려고 “목마르다” 하고 말씀하셨다. 29) 거기에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해면을 그 신 포도주에 듬뿍 적셔서, 우슬초 대에다가 꿰어 예수의 입에 갖다 대었다. 30)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시고서, “다 이루었다” 말씀하신 뒤에, 머리를 떨어뜨리시고 숨을 거두셨다.
31) 유대 사람들은 그날이 유월절 준비일이므로, 안식일에 시체들을 십자가에 그냥 두지 않으려고, 그 시체의 다리를 꺾어서 치워달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그 안식일은 큰 날이었기 때문이다. 32) 그래서 병사들이 가서, 먼저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한 사람의 다리와 또 다른 한 사람의 다리를 꺾고 나서, 33) 예수께 와서는, 그가 이미 죽으신 것을 보고서, 다리를 꺾지 않았다. 34) 그러나 병사들 가운데 하나가 창으로 그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
38) 그 뒤에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예수의 시신을 거두게 하여 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하였다. 그는 예수의 제자인데, 유대사람이 무서워서, 그것을 숨기고 있었다. 빌라도가 허락하니,그는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렸다. 39) 또 전에 예수를 밤중에 찾아갔던 니고데모도 몰약에 침향을 섞은 것을 백 근쯤 가지고 왔다.
40) 그들은 예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대 사람의 장례 풍속대로 향료와 함께 삼베로 감았다. 41)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신 곳에,동산이 있었는데, 그 동산에는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새 무덤이 하나 있었다. 42) 그 날은 유대 사람이 안식일을 준비하는 날이고,또 무덤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예수를 거기에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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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2월 15일 경, 우리 집 가족 일곱 명은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39세의 아버지와 30대 초반의 어머니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다섯 명의 자식들이 거지 행색으로 부산에 도착한 것입니다. 입은 옷은 그간에 석탄열차에 수시로 올라탔기 때문에 석탄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고, 평양을 떠난 이래 제대로 낯을 씻어 보지 못해서 누가 봐도 거지 가족이었습니다.
먼저 들른 곳은 초량교회였습니다. 거기 목사님들이 모였다고 해서 갔습니다. 가 보니 교회에 가득찬 분들이 대부분 피난 나온 목사님들이라는데, 구국금식기도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먹는 것이 급한데, 금식을 하고 있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아 왔다고 생각되어, 수소문 한 끝에, 아버지와 면식이 있었던 대청동에 사는 한 의사의 병원을 찾아 가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먹은 것이 없어 탈진한 상태였으므로, 부모님께서는 한 중국식당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이 별로 반기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행색이 지저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정, 사정해서 들어가 앉은 우리는 한 식탁에 둘러앉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양서부터 등에 업고 내려온 네째(이건용)를 내려서, 한 모퉁이 의자에 앉혔고, 어머니 등에 업혔던 태어난지 다섯 달 되던 다섯째(이기용)는 잡순 것도 없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식구는 여러 명인데 시킨 음식은 우동 두 그릇이었습니다. 아버지 수중에 돈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저희더러 얼른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속이 비어 있는 우리는 경쟁적으로 우동 가락을 건져 먹느라 바빴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 어머니의 배고픔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죄송스런 마음이 들지마는,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냥, 우동 그릇에 남은 국물마저도 경쟁적으로 퍼마셨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짐을 대신 집니다. 부모님이 저희를 사랑하기 때문에, 저희의 배고픔 일체를 담당하셨습니다.
사람을 사랑하신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인간들을 위하여 인간들의 모든 짐을 대신 져 주셨습니다. 특별히 대책이 없는 인간들의 모든 죄의 짐을 대신 다 져 주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죽을 죽음을 대신 당하신 것입니다. 정말 ‘초라한’ 하나님이 되신 것입니다. 어쩌다가 하나님께서 이렇게 되신 건가요? 그건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서도 국수 한 오라기 못 자시고 나오셔야 했던 제 어머니는, 그때로부터 12년 전인 1938년 삼월 삼짇날 결혼식을 앞두고, 동경 긴자거리를 누비던 현대여성 김만실은 하이힐을 신고 영도 포구에 내려 경의선 철도를 타러, 중국집 앞을 지나 부산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랑 때문에, 함북 아오지 지방, 웅상이라는 시골 교회의 초임목사 부인이 되었고, 사랑 때문에 다섯 자식을 이끌고 부산까지 피난을 나왔고, 사랑 때문에, 부산 중국식당에 거지 꼴을 하고 들어와서, 국수 한 가락도 못 자시고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던 서러운 여인이 되신 것입니다.
<기도> 사랑의 주 하나님, 저희 인간들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사랑하셔서, 인간이 치러야 할 죄의 대가를 대신 치르시고 초라한 주검이 되시어 무덤 속에 뉘시게 되셨습니다. 그 은혜를 뭐라고 다 감사드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죽음 속에 보이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 세상의 무엇을 드려도 다 갚을 수가 없는 크신 사랑 앞에 저희는 그저 두 손 들어 항복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저희의 모든 배반의 행진을 끝냅니다. 하나님께서 이기셨습니다. 이젠 저희가 하나님의 편에 서서, 하나님을 사랑하며 살렵니다. ‘나는 죽고’ 주님께서 내 안에 사시옵소서. 날마다, 주님 지셨던 십자가를 바라보며, 주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