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21장 15-19절 (새번역)
[15] 그들이 아침을 먹은 뒤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어린 양 떼를 먹여라.”
[16] 예수께서 두 번째로 그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쳐라.”
[17] 예수께서 세 번째로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 때에 베드로는, [예수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이나 물으시므로, 불안해서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먹여라.
[18]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를 띠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다녔으나, 네가 늙어서는 남들이 네 팔을 벌릴 것이고, 너를 묶어서 네가 바라지 않는 곳으로 너를 끌고 갈 것이다.”
[19]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베드로가 어떤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인가를 암시하신 것이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베드로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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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원도 대성산 전방 고지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아침마다 숙소 앞뜰에 전 부대가 모여 추운 때나 더운 때나 ‘일조점호’(아침 인원점검)를 했습니다. 애국가를 봉창하고, ‘군인의 길’ 외우기와 선열에 대한 묵념을 한 후, 고향배례(고향의 가족을 위한 기도)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인의 길’을 한 목소리로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다”는 맹세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나라가 있기에, 낯선 고지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2, 3 년을 지내도 아무 소리 없이 ‘내 사명’ 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직책이 성직인지라, 많은 사람들의 결혼식을 주례했습니다. 신랑도 바싹 긴장하고 서 있지마는, 신부는 정말 추운 날도 아닌데, 떨고 있습니다. 혼인서약을 할 때에는, 옛날 면사포 쓰던 시절에는 면사포 앞자락이 누구든 파르르 떨립니다. 저는 신랑과 신부에게 차례로 묻습니다. “아무개씨, 아무개를 아내로(또는 ‘남편으로’) 삼아, 사랑하고, …. 살아가겠습니까?”
그러면 사람들은 예외없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고 대답합니다. 이 대답이 얼마나 무거운 비중을 가진 대답인 줄은 모른 채로 대답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대답의 책임을 잘 지고 살아갑니다. 그 어려운 자녀 낳아 기르기도 잘 하고, 가족 생계를 위하여 온갖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위의 두 가지 서약의 비중들도 대단히 중요한 서약입니다. 하지만, 더 엄청난 일을 맡기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갈릴리 바닷가에서 그의 제자 베드로를 따로 만나, 그에게 사랑을 묻습니다. “아가파스 메?”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 라고. 세 번이 아니라, 열 번, 백 번이라도 다짐하고 싶으신 질문이었습니다. 장차 맡기실 일이 너무도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그러셨던 것입니다.
제 마음에는, 첫 번째 물으실 때에는 “있는 ‘힘’을 다하여 내 양 떼를 섬겨 주겠소?” 라고 물으신 것 같고, 두 번째 물으실 때에는 “‘마음’을 다하여 내 양 떼를 섬겨 주겠소?” 라고 물으신 것 같고, 세 번째 물으실 때에는 “‘생명’을 바쳐 내 양 떼를 섬겨 주겠소?” 라고 물으신 것 같습니다. 베드로는 이 약속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예수님과 사랑의 맹약을 맺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사명자(크리스찬)로 사시는 분들은 이 아침에 베드로와 함께 다시 사랑의 고백을 바칩시다. “아무개여, 그대는 나를 사랑합니까?” 예수님께서 물으실 때에,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베드로 처럼 세 번 묻고 대답하셔도 되고, 원하시면 얼마든지 하셔도 됩니다.
그러고 나서, 이미 맡기신 사명을 다시 분부 받도록 합시다. “내가 맡긴 양 떼를 잘 돌보시오” 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시다.
<기도> 주 예수님, 저희 일생에, 하루에 몇 번일지라도, 저희에게 사랑의 확인을 다시 하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으로, 자금난으로, 직원불화로, 양 무리들의 다툼으로, 인간적 욕심으로, 주님의 사랑이 다시 확인되어야 할 때가 생깁니다. 주님과의 사랑의 약속에서부터 다시 사명의 자리를 바로잡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