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과 ‘엑스트라’로 살기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 요한복음 14장 8-12절 : [8] 빌립이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우리에게 아버지를 보여 주십시오. 그러면 좋겠습니다.” [9]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사람은 아버지를 보았다. 그런데 네가 어찌하여 ‘우리에게 아버지를 보여 주십시오’ 하고 말하느냐?

[10]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네가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면서 자기의 일을 하신다. [11]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하는 그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12]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일도 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버지께로 가기 때문이다.

*** 마가복음 15장 40절, 16장 1절 : [40] 여자들도 멀찍이서 지켜 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막달라 출신 마리아도 있고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도 있고 살로메도 있었다. … [16:1] 안식일이 지났을 때에,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가서 예수께 발라 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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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이틴일 때, ‘영국’ 이라는 형이 한 동네에 살았습니다. 그는 주간지나 연예잡지도 없던 그 시절(50년대)에, 어디선가 영화배우들의 일화들을 듣고 와서는 전해 주곤 했습니다. ‘게리 쿠퍼’ 라는 배우의 이야기도 들려 주었습니다. 그는 얼굴이 잘 생기지 않았는데, 키가 훌쩍 커서, 혹시나 엑스트라로 써 줄까 해서 헐리우드에 가서 기신거렸답니다.

한 번은, 주연 남자가, 먼 길을 말을 타고 달려 와서 헛간에 쓰러지는 장면 하나만 찍으면 되는데, 주연을 맡은 사람이 오지 않았답니다. 얼굴이 나와야 하는 컷도 아니어서, 감독은 주연 배우와 비슷한 몸매의 게리 쿠퍼를 대역으로 썼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쾌속으로 조연과 주연으로 승승장구했다는 이야기가 그렇게도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생살이에서 ‘주연’이 되는 길은 전체 인구 가운데 만 명 중 하나, 10 만 명 중 하나가 될까 말까 합니다. 0.001 – 0.01% 인 것입니다. 대부분은 무명의 사람으로 살게 마련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제자 빌립과 주님의 제자 ‘작은 야고보’ (열 두 제자 가운데는 야고보라는 이름이 둘입니다. ‘큰 야고보’는 세배대의 아들 야고보입니다.) 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무명의 사람이어서 그런지, 두 사람을 한 데 묶어서 기념합니다. 빌립에 관련된 위의 복음본문은 그리 두드러진 본문은 아니지만 중요합니다. 그런데 ‘작은 야고보’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알패오라는 사실과 어머니의 이름이 마리아라는 사실 이외에는 더 자세한 기록이 없습니다.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분을 어떻게 기념하라는 것인지, 교회가 성인기념일 지정을 어떤 의도로 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묵상하는 가운데 고린도후서 6장 9-10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이름 없는 사람 같으나 유명하고, 죽는 사람 같으나, 보십시오, 살아 있습니다. 징벌을 받는 사람 같으나 죽임을 당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고, 근심하는 사람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사람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빌립 속에서, 그리고 ‘작은 야고보’ 속에서 저희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의 백성이 된 사람들에게는, 주님의 직계 제자가 되었든, 2천 년 이후 이름없이 하나님의 교회를 섬기며 사는 사람이든, 아주 중요한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세상에서 얼마나 알려진 사람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슴 활짝 펴고, ‘하나님의 자녀’ 라는 으뜸신분 하나로, 한 번 기고만장해서 오늘을 살아 봅시다. 우리는 유명합니다.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기도> 주 예수님, 예수님을 에워싸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아멘으로 화답하던 제자들 처럼, 저희도 예수님의 말씀에 매일 귀 기울이며, ‘아멘’의 삶으로 응답하는 이들로 살게 하옵소서. 이로써 저희도 주님께 ‘유명한’ 사람으로, 더할 나위 없이 영예롭게 저희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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