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13장 31-35절 (공동번역)
[31] 유다가 나간 뒤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받게 되었다. 또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하느님께서도 영광을 받으시게 되었다. [32]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신다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에게 영광을 주실 것이다. 아니, 이제 곧 주실 것이다. [33]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가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이제 잠시뿐이다. 내가 가면 너희는 나를 찾아 다닐 것이다. 일찌기 유다인들에게 말한 대로 이제 너희에게도 말하거니와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34]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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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교회는 삼위일체론 교육을 시켜서 세례를 베풉니다. 대체로 교육을 마치면, 그 내용을 요약한 신앙항목 몇 가지를 확인하는 문답을 한 후에 세례식을 행합니다. 그렇게 세례를 받은 사람을, 교회는 기독교 신자가 된 사람이라고 확인합니다. 이것이 세례증서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예수님의 말씀과 상충되는 것을, 오늘의 본문에서 봅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본문 35절) 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삼위일체 교리를 사람들 앞에서 외우고, 세례를 받으면, 세상 사람들이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라고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가령, 누가복음 10장 25절 이하에 보면, 어떤 율법교사가 예수님께 물은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합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계명에 무엇이라고 말씀하느냐” 고 물으시지요. 그때 율법교사가,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하셨지 않습니까?” 했습니다. 그리고는 짐짓 깊이있는 질문을 한다고,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인가요?” 라고 예수님께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질문에 대해, 즉답을 하지 않고, 한 사건 이야기를 들려 주십니다. 여리고로 가던 길에서 강도를 만나, 거의 죽을 정도로 구타를 당하고,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빼앗긴 사람을 구해 준 어떤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진정한 이웃이었음을 율법교사도 인정했습니다. (눅10:37)
말하자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사람은 강도 만난 사람을 살려 준 사마리아 사람이었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성경은 참 재미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주하신 백성으로 여기던 사마리아인이, 예수님의 말씀에서 ‘구원 받을 사람’ ‘영생할 사람’ 인 것으로 예수님께서 말씀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기독교는 애당초 지식으로나 교리로 입문하는 종교가 아니었습니다. 기독교는 가슴으로 감화되어, 하느님의 심정을 알아드리게 되는 사람이 신자가 되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으며 배우고 기도하다가, 설교와 간증을 듣다가, 믿음의 사람들을 사귀면서, 예술작품들이 소개하는 기독교 신앙의 감화를 통해서, 마침내 성령의 역사하심을 받아, 이미 자신이 신자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 기독교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고린도 전서 12, 13, 14장에서 성령론을 논하다가, 사랑을 배우는 것이 성령의 존재를 확인하는 첩경인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 (고전13:13) 라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 실천의 최대치를 알려 주셨습니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요15;13) 이렇게 말씀하시고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 (요15:16) 하셨습니다. 이것은 ‘교리를 가르쳐서 많은 교인을 만들어라’ 하신 말씀이었다기보다는, 문맥으로 보아, ‘사랑의 열매를 많이 맺어라’ 하신 뜻으로 읽힙니다.
<기도> 주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신 것은 교리를 강론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 주시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가르치시기 위함이셨음을 고백합니다. 진정 저희가 하느님을 지식으로만 배우려 하지 말고, 가슴으로, 영혼으로 배워,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