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하늘에 쌓아 둔 한 사람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6장 19-21절 (새번역)

“[19]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다가 쌓아 두지 말아라. 땅에서는 좀이 먹고 녹이 슬어서 망가지며,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서 훔쳐간다. [20] 그러므로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어라. 거기에는 좀이 먹고 녹이 슬어서 망가지는 일이 없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서 훔쳐 가지도 못한다. [21]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 * * *

제가 피얼스 박사 (Dr. George Pierce) 를 2009년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선교협의회 모임에서였습니다. 피얼스 박사는 저보다 약 7, 8년 연상이었지만, 미국 동부지방에 있는 성공회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로 오랜 동안 일하다가 갓 은퇴한 분이었습니다.

그는 몇 년 전에 상처하였는데, 변호사였던 부인(피얼스박사는 한 번도 사별한 아내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고, 대신에 평소 별명으로 부인을 ‘잠언31장’ 이라고 불렀다며, 제 앞에서도 이렇게 자기 아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이 많은 재산을 남겨 놓고 별세했기 때문에, 홀로 남은 피얼스 박사는 선교지를 물색하여, 신학교가 없는 나라로 가서 신학교를 세우는 것이 그의 생애의 마지막 소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나라가 네팔이었습니다.

선교협의회가 마쳐 가던 때에 그가 제게 묻기를, 다음 번 중국 단기선교여행 때에 동행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니까, 선교지에 가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좀 견학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별로 보여 줄 만한 것이 없다고 했더니, “하여간 따라다녀 보면 참고가 될 것 같다” 고 조르기에, 그러면 함께 가자고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중국을 함께 다녀온 후에 그는 미국에 들렀다가 다시 한국 의정부에 있는 저의 집으로 와서, 한 동안 머물며, 자신의 선교계획을 완성했습니다. 드디어 그는 네팔로 갔습니다.

수시로 보낸 그의 이메일에는 선교지에서의 모든 활동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먼저 현지인(네팔인) 청년을 만나, 그를 자기의 양자로 입양했습니다. 결혼한 그의 양자 가족과 함께 살려고 4층 구조의 집을 하나 매입했습니다. 그 집에서 교회도 시작했고, 신학교도 개설했습니다.

수도 카트만두 인근의 목회자들 가운데는 신학수업을 받아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대상으로 신학대학원 커리큘럼을 세워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첫 해에 입학한 사람의 수가 6명이었습니다. 3년 후에 들어온 제2기 학생의 수가 20여명으로 증가했습니다.

평생 신대원 교수로 지낸 그는 전 과목을 혼자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점차로 건강이 쇠약해져 갔습니다. 네팔의 병원은 충분한 진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기 힘들었지만, 병증상의 몇 가지 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해서 이윽고 판별해낸 그의 병명은 ‘폐장석화증’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폐장의 조직들이 하얗게 석회로 굳어가는 병이었습니다.

제1기생들이 졸업하던 날, 그들에게 성직 안수를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연합해서 하나의 교단을 조직했습니다. 히말라야기독교 카트만두교구를 설립한 것입니다.

제2기생들이 3년 후에 졸업했을 때에도 그들에게 안수식을 했습니다. 다시 3년 후에 제3기생들 30여명의 졸업식을 앞둔 2018년 5월 어느날, 피얼스박사의 양아들로부터 짧은 이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병세가 기울어져서 그만 호흡이 가빠지더니, 그 전날 저녁에 눈을 감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든 그가 졸업예정자라고 했던 30 여명의 졸업식-안수식이 있다기에 그해 6월에 네팔에 갔을 때, 많은 네팔인들이 고인을 그리워하며 애도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유지를 받들어 히말라야기독교의 자주적인 선교체제와 행정체제를 갖추는 일에 관해서 몇 가지 조언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피얼스 박사는 갔지만, 그가 가르친 제자들은 히말라야의 험한 산악지대에서 복음을 전하며 자립적인 교회들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평소에 그가 소원하던 대로, “하늘 나라에 가서 ‘잠언31장’ (그의 사별한 부인) 을 만났을 때, ‘우리 돈 어떻게 관리했소?’ 하면 할 말이 있어야 하겠지요” 하던 말대로, 그들 내외의 재산을 완벽하게 하늘나라에 쌓았으므로, 기쁨으로 서로 “수고했소, 잘 했소” 로 치하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 각자가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재산을,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대로 활용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이바지하게 도와 주시옵소서. 미처 하나님의 뜻에 맞게 쓰지 못한채로, 하나님 앞에 서는 일이 없도록, 저희의 재산 관리 행위가 기민하게 도와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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