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전도서 12장 1-8절
[1] 젊을 때에 너는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고생스러운 날들이 오고, 사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할 나이가 되기 전에, [2]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먹구름이 곧 비를 몰고 오기 전에, 그렇게 하여라. [3] 그 때가 되면, 너를 보호하는 팔이 떨리고, 정정하던 두 다리가 약해지고, 이는 빠져서 씹지도 못하고, 눈은 침침해져서 보는 것마저 힘겹고, [4] 귀는 멀어 바깥에서 나는 소리도 못 듣고, 맷돌질 소리도 희미해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노랫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5] 높은 곳에는 무서워서 올라가지도 못하고, 넘어질세라 걷는 것마저도 무서워질 것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고, 원기가 떨어져서 보약을 먹어도 효력이 없을 것이다. 사람이 영원히 쉴 곳으로 가는 날, 길거리에는 조객들이 오간다. [6] 은사슬이 끊어지고, 금그릇이 부서지고, 샘에서 물 뜨는 물동이가 깨지고, 우물에서 도르래가 부서지기 전에, 네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7] 육체가 원래 왔던 흙으로 돌아가고, 숨이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네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8]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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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젊은 시절에 이 전도서를 읽으면, 기분이 나빴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참 젊은 나이여서, 뭔가 좀 활발하게 사는 쪽으로 도움을 받고 싶은 말씀을 찾고 있는 저에게, 왜 죽음을 말하고 있느냐면서, 전도서의 권고를 읽지 않으려고 성경책을 덮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도서의 말씀이, 바로 저의 형편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어서, 여간 친절함을 느끼고, 고마와하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저의 팔과 다리도 떨리고, 이가 빠져서 의치로씹고 있고, 돋보기를 쓰고 보아도 눈이 침침하고, 보청기를 꽂고 있어도 제 아내와 소통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전도서의 말씀들이 어느 때보다 실감이 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꼭 노년에 이은 사람들만 읽으라는 책은 아닙니다.
전도서는, 인생이 허무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있는 책은 아니지요. 노년이 되기 전에, “너를 지으신 창조주를 기억하라” 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때가 오기 전에, “창조주 하나님께서 네 생명을 내신 목적을 깨달아서, 그 목적을 위해 살라”고 권유하는 책인 것이지요.
스마트폰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동창들 소식을 많이 듣습니다. 특별히 동창의 부고가 자주 올라 옵니다. 췌장병으로 간 사람, 간궤양으로 간 사람, 폐암으로 간 사람, 어떤 동창은 이유도 알 수 없이 데려 가셨습니다.
제게도 남달리 건강이 자신없는 부위들이 있습니다. 가령 혈압, 신장, 경동맥, 간장 등은 벌써 저의 목숨을 위협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제가 모르는 부위의 병도 있을 것입니다. 전에는 나름대로 취약한 신체 부위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빴지만, 이제는 다 포기했습니다. 쳐들어오고 싶은 데면 어느 곳이건 쳐들어 오세요, 라며 무방비로 있는 중입니다.
물론 전도서가, 저처럼 자연사의 날이 가까워진 사람에게도 필독의 책이지만, 광주 버스나 제주행 배를 탔다가 사고를 당해서 죽을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인류들에게, 화급히 읽도록 권고되어야 할 책이 전도서입니다.
저에게는, 바로 오늘이 “창조주 하나님을 마음에 기억하고 기다려야 할 날” 일런지도 모르니까요.
<기도> 주 하나님, 오늘이 저의 죽음의 날일지라도 감사함으로 맞이하게 하옵소서. 해마다 케익을 앞에 놓고 기념하던 저의 생일 못지않게, 한 번 밖에 없을 저의 죽음의 날도 복된 날로 여기게 해 주시옵소서. 이를 위해 늘 창조주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언제 부르시더라도 기쁨으로 맞이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