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베다니 잔치 자리에 있었더라면..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12장 1-8절 (새번역)

[1] 유월절 엿새 전에, 예수께서 베다니에 가셨다. 그 곳은 예수께서 죽은 사람 가운데에 살리신 나사로가 사는 곳이다. [2] 거기서 예수를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는데, 마르다는 시중을 들고 있었고, 나사로는 식탁에서 예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 가운데 끼여 있었다. [3] 그 때에 마리아가 매우 값진 순 나드 향유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았다.

[4] 예수의 제자 가운데 하나이며 장차 예수를 넘겨줄 가룟 유다가 말하였다. [5] “이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왜 이렇게 낭비하는가?” [6](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사람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는 도둑이어서 돈자루를 맡아 가지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것을 훔쳐내곤 하였기 때문이다.)

[7]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로 두어라. 그는 나의 장사 날에 쓰려고 간직한 것을 쓴 것이다. [8]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지만, 나는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 * * *

유월절 엿새 앞둔 날, 우리도 예수님의 일행에 섞여, 방금 베다니에 도착한 무리 가운데 있었다고 가상을 해 봅시다.

지금 유월절을 지키러 수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예루살렘으로 행렬을 이루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일행은, 이번에도 예전처럼 베다니에 들러 한 숨 돌리고 예루살렘으로 갈 참인 것 같습니다. 일행은 평소처럼 나사로의 집에 초대받아 들어갔습니다.

이번 여행은 예수님의 마음 속에 어떤 비장한 결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항간에 소문을 듣기로는, 예루살렘의 권력자들이, 이번 유월절에 예수님이 성전에 올라오면, 잡아 죽이기로 계획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것을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죽음의 덫이 가로놓인 것을 바라보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서둘러 걷고 계셨습니다.

마르다는 예수님 일행을 위해서 ‘잔치’를 베풀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축하하는 잔치였다기보다, 일행을 위한 성대한 저녁식사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이면 모든 일에 협조적이었던 마르다는, 이 날도 그의 정성을 다하여 저녁을 차렸습니다.

또한 죽었다 살아난 오빠 나사로는, 지금 예수님 일행과 더불어 식탁에 앉아서, 예수님의 말씀에 경청하면서 식사하고 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돌연히 마리아가 일동이 식사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손에 향유병을 들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앉으신 자리 뒤편으로 가더니 꿇어앉아, 향유병 마개를 땄습니다. 향기가 온 방안을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을 기울여 예수님의 발에다가 부어드렸습니다.

방안에서 식사하던 모든 사람들이 마리아가 하는 이 갑작스런 행동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이윽고 마리아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문질러 닦아 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 놀라운 광경에 대해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자 가운데 가룟 유다가 한 마디 했습니다. “아이고, 저런! 비싼 향유를 돈을 받고 팔았더라면, 큰 돈을 받을 뻔했는데.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었을텐데, 쯧쯧!”

잠시 좌중은 조용했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마리아를 꾸짖지 말아라. 그는 나의 장례를 위해 준비했던 것을, 지금 내 몸에 부어 준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너희들 곁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늘 너희들 곁에 있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머지않아 돌아가신다는 말씀을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가룟 유다로서는, 그의 마음 속을 꿰뚫고 계시는 예수님 앞에서 마음에 찔리는 시간이어야 했습니다. 그때가, 회개하고 새 사람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 듣지 않았습니다. 그냥 핀잔으로만 흘려 버리고 만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회개할 결정적 기회들을 많이 주십니다. 다만 우리가 그 복된 기회들을 흘려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진정 안타까운 일입니다.

마르다는 정성스런 잔치로, 나사로는 친절한 접대로, 마리아는 장례의 준비로, 각각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에 일역을 맡아 담당하고 있는 동안에, 가룟 유다는 자신이 구원 받을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손길이 가까이 있을 때에, 저희가 회개와, 돌이킴과, 믿음과, 순종으로 구원의 길을 가도록, 성령이여, 인도해 주시옵소서. 그 복된 기회를 놓치지 않게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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