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요한복음 13장 5-10절. [5] 그리고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른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6]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었다. 이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주님께서 내 발을 씻기시렵니까?” [7] 예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하는 일을 지금은 네가 알지 못하나,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8] 베드로가 다시 예수께 말하였다. “아닙니다. 내 발은 절대로 씻기지 못하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 [9]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예수께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내 발뿐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겨 주십시오.” [10]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이미 목욕한 사람은 온 몸이 깨끗하니, …”
* * * *
제가 속한 성공회는 7성사 (일곱 가지의 거룩한 행사) 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7성사는 성찬, 세례, 견진(성령세례), 고해, 혼배, 조병(치병간구), 성직서품, 이렇게 일곱 가지 성사입니다. 제가 36세에 사제 안수를 받았습니다. 그후 많은 분들의 고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고해 중에 어느 것도 제가 기억을 하는 것이 없습니다. 누가 무슨 고해를 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복을 주셔서, 고해를 기억할 수 없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약 그 어느 것 하나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저의 정신적인 고통일 것입니다.
저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릅니다. 그저 빌기는 저의 잘못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의 기억을, 제가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듯이, 모두 잊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말과 행실로 많은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이 발을 씻어 주는 것은, 손님에 대한 예절입니다. 주인이 직접 씻겨 줄 수도 있지만, 하인이 있는 집에서는, 주인을 대신하여 하인들이 그 일을 맡았습니다. 흙길에 오래 걸으면서 발에 묻은 먼지를 모두 닦아 주는 인사인 것입니다.
유목민의 관습에는 지금도 발을 씻어주는 예법이 있습니다. 발을 씻는 것과 함께, 향수를 몇 방울 손님의 머리에 뿌리는 통상적인 예법도 있습니다.
아마도 유월절 잔치 준비를 위해서 집주인이 바빴는지, 예수님과 열두 제자들의 발을 씻는 관습적 예절을 위해서 아무도 섬겨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선뜻 일어나셔서, 허리를 동이시고, 수건을 두르신 다음,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한 사람 한 사람 씻어 주셨습니다.
정말 송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뜻밖의 일이어서 엉거주춤하는 동안에 벌써 몇 사람의 발을 씻으시고, 베드로 앞에까지 와서 서셨습니다. 베드로가 놀라 발을 뒤로 뺐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주님, 주님께서 내 발을 씻기시렵니까?” 했습니다.
발은, 자기가 소 갈 데 말 갈 데 다 짚고 다니던 발이어서, 자기 손으로 씻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지저분한 발을 대신 씻어 주는 모본을 보이신 것은, 1) 예수님의 일상적 겸허한 자세를 나타내신 것이며, 2) 우리들도 겸허하게 남을 섬기며 살 것을 가르쳐 주셨고, 3) 특별히 남의 허물, 남의 죄를 가리워 주며, 용서할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남의 허물, 남의 죄상을 드러내기에 익숙한 저희들의 죄를 용서하옵소서. 저희가 남의 죽을 죄를 대신하여 죽을 자격은 없사오나, 남의 잘못을 용서함으로 저희 죄도 용서 받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