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요일 : “나(빌라도)에게 당신(예수)을 죽일 권한이..”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요한복음 19장 10-12, 19절. [10] 그래서 빌라도가 예수께 말하였다.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을 작정이요? 나에게는 당신을 놓아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처형할 권한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11]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위에서 주지 않으셨더라면, 당신에게는 나를 어찌 할 아무런 권한도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나를 당신에게 넘겨준 사람의 죄는 더 크다 할 것이오.” [12] 이 말을 듣고서,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주려고 힘썼다. 그러나 유대 사람들은 “이 사람을 놓아주면, 총독님은 황제 폐하의 충신이 아닙니다. 자기를 가리켜서 왕이라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황제 폐하를 반역하는 자입니다” 하고 외쳤다. … [19] 이리하여 이제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그들에게 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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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세상에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면, 그저 웃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할 때면, 제 고향, 평안도 사람들은 말하기를 “소가 웃다가 꾸러미(입마개) 터지겠다” 라고 합니다. 소 마저 웃다가, 입에 막아 놓은 그물마개가 터지겠다는 말입니다.

로마 총독 빌라도가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을 취조하면서, “왜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소? 당신 말을 들어보고, 내 소견으로 당신을 무죄석방도 할 수 있고, 십자가 형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오?” 이렇게 으름장을 놓고 있었습니다. 진정 가소로운 말을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후일에 빌라도가 죽어서,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섰을 때, 심판대에 앉으신 분이, 자기가 예루살렘 총독으로 있을 때에, 자기 앞에 붙들려 왔던 나사렛 예수이신 사실을 보게 될 때에 그의 표정이 어떨 것 같습니까?

( 2 )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요청대로, 예수님의 유죄판결을 위해, 소송의 내용을 모두 청취했지만, 그 가운데 유죄판결을 내릴 만한 아무런 범죄사실이 없었습니다. 피고인 예수는 다만, 대제사장의 미움을 받아서 붙잡혀 온 사람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저 매질이나 한 후 놓아 줄 속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눈치챈 유대인들이 발악적으로 ‘사형에 처하시오’ 라고 아우성치며 우겨댔기 때문에, 몹시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피고인인 예수가 뭔가 무죄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예수님을 석방하려고 ‘힘썼다’ 고 성경에 기록됐습니다(본문 12절).

피고인이 죄가 없는 것이 분명하면, 자기(빌라도)가 재판관이니까, 그저 무죄라고 선고하고, 석방하면 될 일을, 우물쭈물하면서, 역사에 남을 대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 3 ) 많은 인간들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꽤 신경을 씁니다. 빌라도도, 무죄한 예수님을 사형에 처함으로 오명을 남기지 않으려고, 별별 궁리를 다 합니다. 가령, 자기 대신에 헤롯왕에게 보내서 재판을 받게 한다든가(눅 23:6 이하), 명절이면 한 사람의 죄수를 특별사면하는 예를 이용한다든가(마 27:15 이하), 법정에 모인 군중과 여러 차례 타협하는 과정(눅 23:22)을 거쳤던 것을 봅니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별 것 아닌 체면 유지를 위해서, 또는 안전을 위해서, 또는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에 욕을 보이고, 예수님의 이름을 소홀히 취급하고, 성령의 역사를 무시하는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빌라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빌라도처럼 저희의 안일과 생존과 출세를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을 욕 보이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진실에 대한 저희의 무관심과 무책임, 온갖 부질없는 정죄로,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셨사오니, 주여, 저희의 이 중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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