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19장 5-10절 (새번역)
[5] 예수께서 그곳에 이르러서 쳐다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삭개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묵어야 하겠다.” [6] 그러자 삭개오는 얼른 내려와서, 기뻐하면서 예수를 모셔 들였다. [7]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서, 모두 수군거리며 말하였다. “그가 죄인의 집에 묵으려고 들어갔다.” [8] 삭개오가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 [9]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10]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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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개오의 소유가 100 이었다면,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라고 말했으니까, 남은 소유가 50이 됩니다. 그 다음에 또 말하기를,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다” 고 했으니까, 만약 12.5 의 소유가 남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었다면, 그 날로 삭개오와 그의 가족은 길에 나앉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삭개오가 비록 잘못해서 부지불식간에, 남의 것을 갈취한 일이 있다면 몰라도, 짐짓 남의 것을 빼앗은 일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됩니다. 다만 그의 약속대로 자기 재산의 절반은 분명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희사했을 것입니다.
삭개오의 직업은 세관원이었고, 그의 직급은 세관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해 북부에 위치한 여리고성의 세관에서 일했는데, 여리고는 이스라엘의 남동부지방에 있어서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와 교역을 하는 국제무역의 요충지여서, 세금징수의 규모가 예루살렘 다음으로 컸던 장소였을 것입니다.
그의 재산규모는 그냥 “부자”(눅 19:1) 정도가 아니라, 재벌 급이었을 겁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얼마였던지 간에, 그는 당대에 부자가 된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그에게 한이 있다면, 세 가지: 첫째는 직업상으로 동족 유대인들에게 ‘죄인’ 취급을 받는 것, 둘째로 선천적 난장이였고, 또 하나는 21세기에 태어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다만 그의 얼굴 만이라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삭개오를 만나려고 오래 전, 저 하늘나라에 계실 때부터 계획하고 계셨습니다. 왜냐? 그는 잃어버린 자기 백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아무리 부자였다 하더라도, 그는 직업 자체로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버려진 인생’, ‘구원의 가능성이 없는 인생’, ‘저주받은 인생’ 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네가 있음으로 나는 행복하다” 고 하시며 찾아오신 분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이셨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메시아’ 라고 칭했습니다. ‘죄인 삭개오’ 는,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께서 ‘나 같은 사람도 구원하러 오신 분’ 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분’이, 나무 위에 올라가 구경꾼으로 있던 자기를 향해서, 친형제를 부르듯이 “삭개오야, 오늘 네 집에 좀 묵어야겠다” 고 말씀하실 때에, 그의 운명이 달라졌습니다. 자기가 왜 지금껏 목숨이 붙어 있었던지, 왜 자기에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재물이 있었는지, 그 이유를 깨달은 날이 되었던 것입니다.
<기도> 주 하나님, 매일이 그냥 덧없이 지나가는 날이 아니게 하옵소서. 어느 날 하루는, 진실로 새삼스럽게, 저희의 혼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사랑 앞에 거꾸러져, 저희 인생이 새로나는 날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