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고린도후서 12장 7-10절. [7] … 그러므로 내가 교만하게 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탄의 하수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으로 나를 치셔서 나로 하여금 교만해지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8] 나는 이것을 내게서 떠나게해 달라고, 주님께 세 번이나 간청하였습니다. [9]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나는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내 약점들을 자랑하려고 합니다. [10]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병약함과 모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란을 겪는 것을 기뻐합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오히려 내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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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이 바울의 ‘선교여행기’ 라면, 로마서는 바울의 ‘신학논문’ 이고, 고린도전서가 바울의 ‘목회지침’ 인 데 비해, 고린도후서는 바울의 ‘수필집’ 입니다.
고린도후서는 그냥 술술 읽어가면서 느낌을 마음 속에서 정리하면 되는 책입니다. 그래도 고린도후서의 주석서를 쓰는 이유는, 어떤 배경에서 이런 글이 나왔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로마서나 고린도전서처럼 내용상의 주석이 필요한 책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울이 말하는 ‘사탄의 하수인’ (본문 7절) 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탄의 하수인’이 좋은 일을 할 리가 없습니다. 인간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하나님의 영’, 곧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사탄의 하수인’은 인간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 자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지옥으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있다” 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맞는 말입니다. 가인에게는 ‘질투심’이, 삼손에게는 ‘정욕’이, 솔로몬에게는 ‘허세’가, 아합에게는 ‘부동산 욕심’이 각각 파멸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지옥의 사다리’ 는 정욕과 물질욕, 명예욕과 경쟁심, 이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십계명의 제6계 이하의 죄들, 즉 살인, 간음, 도둑질, 거짓증언, 탐심을 일으키는 요소들이 가장 보편적인 ‘지옥의 사다리’ 일 것입니다.
이것이 파멸의 사다리니 조심하라고, 수천 년에 걸쳐서 패말을 세워 놓고 경계를 하고 있어도, 그것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오히려 그 패말을 보고,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로 내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울을 지옥으로 끌어내리려는 ‘사탄의 하수인’이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1) 육체적인 질병이 아닐까요? 가령 악성 안질, 또는 경련성 질환 등등. 2) 바울의 복음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세력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유대인의 박해, 로마제국의 박해, 토속신앙들의 박해 등등. 3) 과거에 바울이 율법주의의 선봉에 서서 일할 때, 함께 했던 이들과의 끈끈한 유대.
이 이외에도, 4) 영적으로 그를 해이하게 만들곤 하는 개인적인 사정들. 이런 모든 요소들은 바울에게 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우리 앞에 출몰하는 ‘지옥의 사다리’ 앞에서, 주저없이 우리는 하늘나라에 오르는 사다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주님과의 재회의 소망을 다짐하도록 하십시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아직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고 있어서, 지옥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를 하루에도 여러 번 만나며 살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힘 주사, 성령님과 더불어 매일을 승리하는 영광스러운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