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자비의 때, 오늘이 구원의 날”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고린도후서 6장 1-5절 (새번역)

[1]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에게 권면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않도록 하십시오. [2]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은혜의 때에, 나는 네 말을 들어 주었다. 구원의 날에, 나는 너를 도와주었다” 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지금이야말로 은혜의 때요, 지금이야말로 구원의 날입니다. [3] 아무도 우리가 섬기는 이 일에 흠을 잡지 못하게 하려고, 우리는 무슨 일에서나 아무에게도 거리낌거리를 주지 않습니다. [4] 우리는 무슨 일에서나 하나님의 일꾼답게 처신합니다. 우리는 많이 참으면서, 환난과 궁핍과 곤경과 [5] 매 맞음과 옥에 갇힘과 난동과 수고와 잠을 자지 못함과 굶주림을 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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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 ‘은혜’ 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수난하신 공로로 우리가 구원을 받게 된 고마움을 표시하는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라고 말할 때에는, 방금 말한 전후좌우에 붙는 모든 설명을 생략하고, 다만 ‘은혜’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에, 핵심을 놓쳐 버릴 때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예배는,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을 다시 인격적으로 만나고, 만나서 구원의 은혜를 다시 마음에 되새기기 위함에 있습니다. 그러나 예배라고 해서 늘 감격스럽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어제(주일)만 해도, 예배에 나아가서, 은혜를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망하고 돌아왔습니다. 보청기를 충전하지 못한 채로 가지고 나간 것이 문제였습니다. 설교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설교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오늘 저에게 애타게 호소하시는 말씀이 무언가를 듣지 못하는 날에는, 제가 은혜에 잠길 수 없습니다.

물론 예배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예배에 나아가는 사람의 마음이 준비만 되어 있다면, 입당성가(개회찬송), 영광송, 설교, 중보기도, 성찬기도, 성가대찬송, 축복기도, 심지어 광고시간에도 은혜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저는 어느 주일 입당성가에서 “또 우리 자손들 다 주를 기리고, 저 성전돌 같이 긴하게 하소서”에서 왈칵 울음이 솟아서, 저 나름의 은혜로운 예배를 드린 적도 있습니다. 또 ‘하나님의 어린 양’ 성찬례 곡조가 얼마나 애절한지, 꺽꺽 목을 놓아 운 적도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 중이었을 적에, 가톨릭 성찬례에 들어가서, 제가 주렁주렁 의료기재를 달고 성찬을 받으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성찬을 마치는 기도를 드릴 때, 저는 평소 성찬의 배찬을 무심코 행했던 저의 잘못을 통절히 회개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회개의 은혜를 받은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은혜를 받을 기회를 한없이 준비하고 계십니다. 다만 우리가 은혜를 받을 준비와 마음자세가 안 되어서, 그 모든 귀한 기회들이 헛되게 흘러갈 뿐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배와 설교를 맡은 사람의 마음에, 먼저 은혜의 뜨거운 감화가 있어서 예배가 진행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은혜의 예배가 될 것입니다.

예배의 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은혜를 함께 나누는 것, 즉 설교가 모인 회중들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회중은 냉랭한 예배를 끝내고 그저 흩어지고 맙니다.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서’ 성령임재 속에 잘 준비된 예배를 드리도록 힘쓰십시다.

<기도> 주 하나님, 언제든 저희가 은혜를 체험하도록 지금 준비하고 계시고, 지금 구원의 손길을 펼치시는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은혜로우신 하나님 앞에 기도와 예배와 말씀의 묵상으로 다가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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