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창세기 28장 10-12, 16-19절 (새번역)
[10]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서, 하란으로 가다가, [11] 어떤 곳에 이르렀을 때에, 해가 저물었으므로, 거기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는 돌 하나를 주워서 베개로 삼고, 거기에 누워서 자다가, [12] 꿈을 꾸었다. 그가 보니, 땅에 층계가 있고,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아 있고, 하나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 [16] 야곱은 잠에서 깨어서, 혼자 생각하였다. ‘주님께서 분명히 이 곳에 계시는데도, 내가 미처 그것을 몰랐구나. … 이곳은 다름아닌 하나님의 집이다. …’ [18] 야곱은 다음날 아침 일찍이 일어나서, 베개 삼아 벤 그 돌을 가져다가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19] 그 곳 이름을 베델이라고 하였다. 그 성의 본래 이름은 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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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은 쌍동이 형인 에서와의 장자권 싸움 끝에 아버지의 집에서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장자권이라는 것은 무슨 큰 재산을 상속하는 권리가 아니고, 영적인 권위를 말합니다. 족장으로 자기의 일가권속들을 지휘해야 하는 총책임을 지는 것이 장자권입니다.
마치, 전투가 격렬한 전선에서, 소대장이 총에 맞아 저 앞에 나뒹굴어 있는데, 소대장의 모자를 자기 머리에 대신 쓰고서 과감히 진지에서 뛰쳐나와 소대원을 향하여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선임하사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비록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장자권이어도, 먼 미래에 자기 동족을 통솔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집이 있는 브엘세바는 유대 땅의 맨 남쪽에 있습니다. 그곳을 떠나, 직선거리로 80 킬로미터를 걸어서 이윽고 루스라는 고장에 다다른 야곱은 너무도 지친 나머지, 돌을 베개 삼아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의 꿈이 야곱의 운명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 계신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닿은 계단을 보았는데, 그 계단 윗편으로부터 수많은 천사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황홀한 꿈이어서, 꿈에서 깨어난 야곱은 방금 꿈에서 본 환상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이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만났던 것입니다. 친히 야곱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 땅을 너와 너의 자손에게 주겠다. 이 땅 위의 모든 백성이 너와 너의 자손 덕에 복을 받게 될 것이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를 지켜 주겠다” 이 말씀을 주셨습니다.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젊은 족장 야곱은 날이 밝자마자, 베고 잤던 돌에 기름을 부어 성별하고, 그곳의 이름을 ‘베델’(하나님의 집)이라 불렀습니다. 종래의 이름 ‘루스’(히. 아몬드 나무)는 버렸습니다. 자신에게 장래의 비전을 보여 주신 곳이었기에, ‘하나님의 집’이라고 명명했던 것입니다.
아직도 하란까지 가려면, 8백 킬로미터를 더 걸어야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이 가는 곳 어디든지 동행해 주실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라반의 집에 이르러, 야곱은 이제 부랑자의 운명이 아니라, 확고한 비전 위에 날마다 전진하는 백년의 터를 닦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인 저와 여러분은, 야곱과 같이 이 비전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와 동행하시기 시작한 곳, 곧 ‘베델’은 각기 달라도, 하나님과 맺은 언약은 동일합니다. 영원을 약속 받은 우리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비전을 향해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바라본 ‘베델의 비전’이 저희의 평생을 이끌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이 비전을 바라보며 저희의 걸음이 쇠하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