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사도행전 10장 27-33절. (새번역)
[27] 그리고 베드로는 고넬료와 말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가서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28] 그들에게 말하였다. “… [29] … 무슨 일로 나를 오라고 하셨습니까?” [30] 고넬료가 대답하였다. “나흘 전 이맘때쯤에, 내가 집에서 오후 세 시에 드리는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눈부신 옷을 입고, 내 앞에 서서 [31] 말하기를 ‘고넬료야, 하나님께서 네 기도를 들으시고, 네 자선 행위를 기억하고 계신다. [32] 욥바로 사람을 보내어, 베드로라고도 하는 시몬을 불러오너라. … [33] … 지금 우리는 주님께서 당신에게 지시하신 모든 말씀을 들으려고, 다같이 하나님 앞에 모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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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복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나님을 공경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이며, 역사상 최초로 ‘이방인 세례’ 를 받았던 분이 사도행전 오늘 본문에 나오는 고넬료였습니다.
그는 로마제국의 유대 주둔부대 장교로, 가이사랴라는 항구에 와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가 하나님을 공경하게 된 내력은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가 시간을 작정해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라든지, 이웃들, 특별히 주둔지역인 유대 땅의 가난한 원주민들을 많이 구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한 일입니다.
아마도 그에게 유대인 누군가가 유대교 신앙을 소개했던 것 같습니다. 유대인의 습관을 따라서 기도생활을 했고, ‘너는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레 19:18)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실천력은 유대인들도 놀랄 정도였기에 ‘자선을 많이 베푸는 사람’(행 10:2)으로 소개된 것이었겠지요.
한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시면서, “길 잃은 양 떼인 이스라엘 백성에게로 가거라”(마 10:6) 하신 말씀은 이방인에게는 복음을 전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셨습니다. 우선적으로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지침이었을 뿐입니다.
비록 침략자 로마제국의 장교로 타국에 나와 살고 있었어도, 하나님을 공경하는 사람, 고넬료는 진정 ‘길 잃은 양 떼 같은 이스라엘 백성’ 으로 우리들에게는 인식됩니다. 이것은 여러분이나 제가 이방인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이방인들은 유대인보다 훨씬 ‘길 잃은 양 떼 같은’ 존재들 아닙니까?
( 2 ) 오늘은 보나벤투라(1221-1274)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의 본명은 Giovanni di Fidanza 였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어린 보나벤투라의 중병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아씨씨의 후란시스에게 부탁했을 때에, 그가 ‘행운을 베푸소서’ (라틴, ‘buona ventura’) 라고 했던 것이 그의 이름이 되었다 합니다. 그의 이름대로, 오늘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보나벤투라는 진지한 학자였으며, 온건한 교회지도자였습니다. 그는 높은 지위에 앉기를 싫어했던 사람이고, 오히려 평생 섬기는 자리에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는 타의에 의해서 신학교수와 수도회의 장이 되었으며, 알바노의 대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그가 대주교가 되어, 동로마교회(그리스, 투르키에, 이집트)와 서로마교회(이태리, 프랑스, 스페인)의 분리를 애석하게 여겨서 이를 다시 하나로 연합하도록 알바노관구가 기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가 화해의 가교를 놓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현실의 교회정치는 이를 종내 모두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한 평생 살기를 소원합니다. 저희가 있는 곳에서 하나님의 복음진리와 하나님의 자비를 전파하고 실천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