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하신’ 하나님 – ‘감사하는’ 인간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시편 136편 1-9절 (새번역)

[1]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2] 모든 신들 가운데 가장 크신 하나님께 감사하여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3] 모든 주 가운데 가장 크신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4] 홀로 큰 기적을 일으키신 분께 감사하여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5] 지혜로 하늘을 만드신 분께 감사하여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6] 물 위에 땅을 펴 놓으신 분께 감사하여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7] 큰 빛들을 지으신 분께 감사하여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8] 낮을 다스릴 해를 지으신 분께 감사하여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9] 밤을 다스릴 달과 별을 지으신 분께 감사하여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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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시편 136편은 창조주이시며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과, 하나님 안에서 복되게 살아가는 인간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신학적 서언(머릿말)’입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모르겠다고 하면, 시편 136편을 읽으라고 말하면 됩니다. 삼라만상이 있게 된 내력과, 역사와 인류를 창시하신 분이 누구신지를 금방 알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가 ‘헤세드’(사랑, 자비)입니다. 하나님을 설명할 때마다 쓰이는 단어입니다. 이 시편의 총 26절에서 모두 쓰인 단어가 이 단어입니다. 사실상 너무나 의미가 다양하게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말로 번역하기는 힘든 단어입니다.

창조 때에는 같은 ‘헤세드’가 ‘친절하심, 자상하심’ 으로, 역사를 설명하고 있을 때에는 ‘헤세드’가 ‘자비로우심, 구원’ 으로도 번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이 모든 성품을 포괄하고 계신 분입니다.

( 2 ) 이렇게 선하시고 자비가 크신 하나님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감사’입니다. 그래서 ‘감사’라는 말도 26번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다가선 인간이, 위대하시고 존귀하시며 자비가 크신 하나님 앞에, 긍휼을 빌 수도 있고, 영광을 찬송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시편 136편은 ‘감사’의 찬송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제게 기도를 가르쳐 주신 분이,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시작하면, 이런 저런 감사의 일들이 떠오를 것이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동안에, 저의 잘못들이 뉘우쳐져, 용서를 비는 기도를 드리면, 이런 저런 소망의 기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그 가르침대로 저는 감사로 저의 기도를 시작합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가운데, 저는 하나님과 저 사이에, 어디서부터 관계가 비틀어졌는지를 금방 깨닫게 되며, 마치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 3 ) 시편 136편에는, 하나님을 형용하는 두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하나는 ‘토오브’(선하심)이고, 또 하나는 ‘헤세드’(자비)입니다. ‘토오브’가 형태(form)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의 성품을 말한다면, ‘헤세드’는 역사의 내용(matter)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말하고 있습니다.

창조하신 모든 것들을 바라보시며, 하나님께서 매번 ‘토오브’(좋다)라는 말로 확인하셨습니다(창 1장). 한편, 창조하신 인류의 역사를 지금까지 이끌어오신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헤세드’(사랑, 구원의 자비, 친절)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까지 보내 주셔서 우리 인류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선하시고 자비가 영원하십니다. 저희가 늘 감사함으로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하나님과의 관계가 풍성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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