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마가복음 11장 14…17절 [14] 예수께서 그 나무에게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영원히, 네게서 열매를 따먹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제자들이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15] 그리고 …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셔서, 성전 뜰에서 팔고 사고 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면서 돈을 바꾸어 주는 사람들의 상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고, … [17] … 말씀하셨다. “… 너희는 그 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사도행전 23장 3절 [3] … 바울이 그(*대제사장 아나니아)에게 말하였다. “회칠한 벽이여, 하나님께서 당신을 치실 것이오. 당신이 율법대로 나를 재판한다고 거기에 앉아 있으면서, 도리어 율법을 거슬러서, 나를 치라고 명령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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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제가 어렸을 때, 위의 마가복음 본문을 읽고 있노라면, 예수님께 저주를 받은 무화과나무가 퍽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무화과 철도 아니라면서(막 11:13),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영원히 열매를 못맺게 저주를 하시다니요?’ 이런 동정심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점차 자라면서, 문맥을 읽을 줄 알게 되고부터는, 한 개의 나무에 왜 그런 엄청난 저주를 하셨을까가 조금씩 이해됐습니다. 정작 예수님께서 진노하신 대상은 나무가 아니라, 성전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문맥의 결론 부분에 가면, 성전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 팔고 사는 상인들을 모두 내어쫓고, 성전을 깨끗히 정리하셨습니다.
성전 정리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성전이 성전 구실을 못하는 것이 안타까우셔서, 즉 성전을 기도하는 집으로 되돌리기를 바라셔서, 그토록 엄한 조치를 취하셨던 것입니다.
( 2 ) 오늘 저녁기도에서 제1과로 읽는 사도행전(23:3) 본문 역시, 유대의 온 백성들의 신앙지도를 책임지고 있는 대제사장이, 불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음에 대하여, 바울의 입을 빌어, 하나님께서 호된 지탄을 전하고 있습니다.
( 3 ) 성전은 왜 있고, 대제사장은 왜 존재합니까?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이루기 위해서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하나님의 구원의 도구들이, 그 역할은 하지 못하고, 직업 종교인들의 세속적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성전과 교회들이 하나님의 저주의 대상이 되는 때가 생기는 것입니다.
마가복음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까닭은, 열매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교회가 거두어야 할 열매, 성직자가 거두어야 할 열매, 성도들이 거둘 열매가 무엇일까요? 두 말 할 것 없이, 복음을 전해서 구원의 백성이 되는 이들을 열매라 하겠지요.
( 4 ) 농촌에서 개척교회를 하는 목사인 친구가, 생존을 위해서 농사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중에, 농사의 아이템을 결정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영양학적 전문 지식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농법에 따른 작물의 영양학적 수치의 변화까지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무화과나무가 무슨 잘못을 범했다고 질책을 받았겠습니까? 질책을 받아야 할 사람은 게으른 농부가 아니겠습니까? 오늘의 본문들을 읽으면서, 저는 하나님의 영적 농장에 고용된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 저의 게으름을 자책합니다. 뒤늦게라도 온전한 농부가 되기로 다짐합니다. 저의 게으름으로 무화과나무들이 시들지 않도록 마음을 쓰렵니다.
<기도> 주 하나님, 하나님의 밭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성직자들과 대소 영적 사역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을 돌보사, 부지런하여 결실 있는 영적 농사를 짓도록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