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25장 14…21절 (공동번역)
[14] “하늘 나라는 또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먼 길을 떠나면서 자기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었다. [15] 그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돈 다섯 달란트를 주고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주고 또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롤 주고 떠났다. [16]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곧 가서 그 돈을 활용하여 다섯 달란트를 더 벌었다. [17]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도 … 두 달란트를 더 벌었다. [18]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가서 그 돈을 땅에 묻어두었다. [19] 얼마 뒤에 주인이 와서 그 종들과 셈을 하게 되었다. [20]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다섯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서 ‘주인님, 주인께서 저에게 다섯 달란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다섯 달란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1]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잘 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 (이하 생략)
*** 달란트(Talant)는 옛날의 화폐 단위로서 노동자 15년 봉급에 해당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화폐로 약 5억 원에 해당합니다. 영어로 ‘인간의 재능’을 말할 때에 ‘talent’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앞의 ‘달란트’라는 말과, 라틴어(‘talentum’), 희랍어(‘talanton’)에서 모두 어원이 같습니다.
오늘의 본문인 ‘달란트 비유’에서 주인이 종들에게 재산을 맡겼다고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맡기신 ‘물질’을 말할 수도 있지만, 재능, 지식, 경험, 지능, 건강, 기회, 지위, 인간관계, 등 인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다 포괄합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14절)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모든 인간들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똑같은 분량의 달란트를 부여받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재산이 많이 부여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독특한 재능이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체력이 남달리 좋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혜가 풍부하며,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가 원활합니다.
이 모든 달란트를 허비하지 말고 널리 활용하여, ‘하느님의 나라’가 왕성하도록 기여한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반드시 상을 주시겠다는 약속인 것입니다. 마태복음 25장은 예수님의 공생애의 마지막 단계이고, 예루살렘에서 체포되기 직전입니다. 그때에 하신 말씀이니, 유언으로 주신 말씀이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달란트가, 자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여기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보시지 않으셨습니다. 달란트로 먹고 살기도 해야겠지만, 예수님의 권유는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는 데에 활용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녔던 달란트들을 졸지에 모두 상실하고 목숨만 건진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냐? 아닙니다.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그의 복음 해설서인 ‘빛이 있는 곳에서’ 라는 책에서 자기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십삼 년을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때는 나 자신이 폐품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저 깁스침대에 누워 있는 것뿐이다. 식사준비도 빨래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야 했다. … 앞으로 5년 후면 완치될지, 10년 후면 완치될지 짐작도 안 간다. 언제 죽을지 그것도 모른다. 이런 나 자신이 살아 있어도 괜찮은가 생각하게 되었다.
… 나는 세례를 받기까지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허무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크리스천이 되고서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는 일을 나의 일로 삼았다. … 이렇게 변한 나의 병실에 환자들은 물론이고,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나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것이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 각자에게 얼마의 달란트든 맡겨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그 귀한 달란트들로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의를 위하여 활용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