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해 줍니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베드로의 첫째 편지 4장 7-11절 (공동번역)

[7] 세상의 종말이 가까왔으니 정신을 차려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하십시오. [8] 모든 일에 앞서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해 줍니다. [9] 여러분은 모두 나그네들이니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서로 극진히 대접하십시오. [10] 각자가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지,그것을 가지고 서로 남을 위히여 봉사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갖가지 은총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11] 설교의 직분을 맡은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고 남을 도와 주는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힘을 받은 사람답게 봉사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무슨 일에든지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영광을 받으시게 될 것입니다. 그분은 영원토록 영광과 권세를 누리실분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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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해 준다”(본문 7절)는 말씀은 두 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1 ) 첫째 오해는, 만약 ‘갑’이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갑’을 좋게 여기셔서 그의 허다한 죄를 용서해 주실 것으로 해석하는 오해입니다.

물론 주기도문에도,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소서” 라고 기도하라 하셨고, 이 기도문을 해설하신 예수님께서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 6:15)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 받을 자격을 얻게 한다’ 는 방식으로 오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해 준다”는 말씀의 희랍어 원문을 보면, 동사 ‘칼룹토’(kalupto)의 능동태(kaluptei)를 쓰고 있는데 이것은 ‘덮다’, ‘감추다’, ‘보이지 않게 두다’ 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남을 사랑하는 사람의 죄는 하느님께서 감추어주신다’는 뜻으로는 결코 볼 수 없고, ‘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남의 죄를 한없이 용서해 주고, 감추어 준다’ 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 2 ) 둘째 오해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죄를 한없이 감추어 주는 관계이므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서로 짜고 죄를 덮어주는 ‘길드’를 형성한 사람들로 볼 수도 있다는 오해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갑’이라는 사람이 교회에서 자기 죄를 은폐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을’이라는 교우에게 죄를 추궁 당한 일이 있어서, ‘갑’이 ‘을’을 향하여, ‘너는 왜 내 죄를 덮어주지 않는가?’고 성경을 따르지 않음을 고발할 수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어 줍니다” 라고 하는 말은 ‘허다한 죄를 덮어준 이’들을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들의 감사한 마음을 고백하는 언사이지, 역으로, ‘너는 왜 남을 사랑한다면서 내 죄를 덮어주지 않는 거냐’ 라고 따질 때에 사용할 말이 아닙니다.

( 3 )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자기 자식의 허물을 백이면 백, 다 가리워주기 위해 애씁니다. 물론 정신이 온전치 않아서 자기 자식에게 해를 주는 이들 처럼, 예외도 있겠습니다마는, 99%의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법정에서 피고인을 위해 변호하는 변호인의 입장에 서는 것을 우리는 봅니다.

자기 자식을 위해 변호하듯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죄와 허물을 위해서, 입을 다물어주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어떻든 그들이 곤궁한 입장에 섰을 때, 돕는 것이 ‘사랑을 으뜸되는 덕품으로 삼고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방식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오늘 본문의 취지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정의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허물과 죄를 드러내는 일에 열심을 품지 말게 하옵소서. 오히려 다른 사람의 허물과 죄를 가리워주는 일을 위해 힘쓰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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