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광만 드러낸 등불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루가 복음서 8장 16-18절 (공동번역)

[16]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어 두거나 침상 밑에 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 놓아 방에 들어 오는 사람들이 그 빛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17]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져서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18] 내 말을 명심하여 들어라.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줄 알고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 * * *

성경 곳곳에서, 하느님의 사람들을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빛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등불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불빛으로 하느님의 영광이 세상에 다소나마 드러났던 것입니다. 오늘 별세하신, ‘등불’로 사신 몇 분을 소개합니다.

1. { 팬 바르 (Fin Barre of Cork, ? – 623) } 남부 아일랜드의 코크 지방 일대에 많은 학교들과 수도원 (당시에 성직자를 배출하던 신학원) 들을 건립하기 위해 평생 일했습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선생님’ 으로 불리웠으며, 어느 기록에서는 그를 ‘우리들이 사랑하는 코크 사람, 바르’ 라고 칭송했습니다. 그는 623년 오늘 별세했습니다.

팬 바르의 교육진흥 활동은 약 5백 년에 걸쳐서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계승되었는데, 위니(Wynni) 는 팬 바르의 기독교교육을 확장한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2. { 랜스롯 앤드루즈 (Lancelot Andrewes, 1555 – 1626) } 윈체스터 교구의 주교였고, 신령한 저서들의 작가이기도 한 랜스롯 앤드루즈 주교는, 캠브릿지의 펨브로크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치체스터, 엘리, 윈체스터 세 교구를 순차적으로 맡아서 주교직을 담당했습니다. 그는 영국교회 개혁의 주도적 인물이었고, 성서학자로 구약번역의 책임자였습니다. 그의 설교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 감흥을 일으켰으며, 그를 맞대면했던 이들은 그의 신앙적 인격에 감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1626년 오늘 별세했습니다.

3. { 세르게이 (Sergei of Radonezh, 1314 – 1392) } 세르게이는 러시아 모스코바 근교에 유명한 성삼위수도원을 그의 형제 스테반과 함께 설립했습니다. 타타르 족의 침략 때에 파괴되었지만, 세르게이는 다시 수도원을 재건했습니다.

특별히 타타르 족의 침략 때에 전쟁을 그치도록 중재하는 일에 큰 공로를 세웠습니다. 모스코바 건설에 많은 업적을 세웠지만, 그는 개인 집무실을 기증하고 싶다는 정부의 제안을 받았을 때에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세르게이는 그의 생시에 40여 곳에 수도원을 설립하였고, 러시아 전역에서 가장 숭앙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의 생애에 많은 일화를 남겼지만, 그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하루는 한 성도가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그 성도는 정원에서 땅을 파고 있는 일꾼에게 말했습니다. “세르게이님이 어디 가셨습니까? 그분을 좀 뵈러 왔는데요.” 그때 일꾼이 손님에게 말했습니다. “예, 그는 지금 정원에 계신데요. 땅을 파고 계세요.” “땅을 파고 계세요? 그러면 오시기까지 여기서 기다린다고 전해 주세요.”

그래서 옷을 갈아입고 다른 수사들과 함께 나온 세르게이는 헌 누더기 수단(수도자의 옷)을 걸치고 있었고, 얼굴은 땀투성이였습니다. 손님은 너무도 당황하여, 세르게이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는 수 년 후에 다시 수도원을 찾아와서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세르게이 수도원장은 1392년 오늘 별세했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등불로 세상을 살던 사람들을 본받아 저희도 겸허하게 하느님의 영광 만을 드러내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