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을 라틴어로 번역한 예로니모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예로니모(영, Jerome)의 기념일 (공동번역)

루가복음서 9장 43-45절 [43] … 사람들이 모두 예수께서 하신 일들을 보고 놀라서 감탄하고 있을 때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44] “너희는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해 두어라. 사람의 아들은 머지않아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45]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 말씀의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제자들은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또 감히 물어볼 생각도 못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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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티아(지금의 유고슬라비아 해안) 출신인 예로니모(Eusebius Hieronymus, 342 – 420)는 서로마교회의 교부들 중 가장 뛰어난 학자이며 특히 성서신학의 대가였습니다.

예로니모는 어려서부터 기독교인이었고, 로마에서 신학수업을 받았습니다. 374년에 구약 연구를 위해 시리아 안디옥 사막지대에 가서, 거기 은거하고 있던 기독교인들의 도움을 받아 유대교 랍비들에게서 히브리어를 배웠습니다. 수년 후에 콘스탄티노플로 가서 나지안조 그레고리를 만나 교회 일을 돕다가, 사제 안수를 받았습니다.

382년 이래 4년 동안, 교황 아마수스의 문서비서로 로마에 머물렀으며, 그 동안 신약을 라틴어로 번역하였습니다. 386년에 베들레헴으로 가서, 동료 수도자들과 함께 수도원을 설립하였는데, 이 시설은 성지순례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수도원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학교를 개설하여, 지역 아동들에게 희랍어와 라틴어를 예로니모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외딴 곳, 베들레헴에 떨어져 나와 있었어도, 당시의 펠라기우스 이단논쟁, 독신주의, 오리게네스의 신학 등 당대의 신학논쟁의 논객들이 찾아와 시간을 뺏곤 했습니다. 그러나 예로니모는 후세를 위하여 저술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연구에 몰두하였습니다.

그동안 혼자의 노력으로 신구약 라틴어 번역을 역사상 처음으로 완성했는데, 이것을 후세(13세기) 사람들이 ‘Vulgata(‘평민들의’ 라는 뜻임) 라틴어역’ 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평민을 위한’ 번역으로 말미암아 성경원전어(히브리어와 희랍어)를 모르는 라틴어권의 사람들이 성경을 쉬이 읽게 되었습니다.

예로니모가 394년에 그의 후배에게 써 보낸 편지 한 편이 지금도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래에, 그 편지의 중요한 대목을 발췌해서 옮겨 드립니다.

{{ 성경을 꾸준히 읽으십시오. 성경을 늘 손에서 멀리 두지 마십시오. 당신이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할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공부한 내용을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 당신이 가르친 내용과 당신의 삶에서 나타나는 내용이 서로 모순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성직자는, 입으로 하는 말과, 마음의 생각, 그리고 손발로 하고 있는 일이 모두 동일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당신이 회중 앞에서 설교를 하고 있을 때에,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도리어 사람들의 애통하는 모습을 기대하십시오. 청중의 눈물이 설교자의 영예인 줄 아십시오.

설교자는 자기가 확신하는 것을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습니다. 복음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웃기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많은 사람들은 교회당의 웅장함, 우아한 예전, 금은 보석으로 장식한 성구들에 관심을 둡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난한 분이셨습니다. 다만 예수님께서 지신 험한 십자가를 더욱 드러내야 합니다. … 설교자는 신중해야 하고, 의롭고, 온건하고, 담대해야 합니다. }}

<기도> 주 하느님, 신실히 하느님을 섬기며, 하느님의 말씀을 알리고자 애쓴 예로니모를 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도 하느님을 섬기며, 하느님의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자 애쓰는 생애를 보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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