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전성시대’를 끝장내자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열왕기하 17장 29-33절 (공동번역개정판)

[29] 그러자 그 민족들은 저마다 자기네가 사는 곳에서 저희의 신상들을 만들어 사마리아인들이 지은 산당들 안에 두었다. [30] 바빌론 사람들은 수꼿브놋을 만들었고 구다 사람들은 네르갈을 만들었으며, 하맛 사람들은 아시마를 만들었고 [31] 아와 사람들은 니브하즈와 다르닥을 만들었다. 스발와임 사람들은 그들의 신인 아드람멜렉과 아남말렉에게 자녀들을 제물로 살라 바쳤다. [32] 그러는 한편 그들은 야훼도 공경하였다. 자기들 가운데서 출신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뽑아 산당의 사제직을 맡겨 그 곳에 있는 산당들에서 사제 일을 보게 하였다. [33] 이렇게 그들은 야훼를 공경하면서도 각 민족이 붙잡혀 오기 전에 가졌던 풍습을 따라 저희의 신도 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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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문의 역사적 배경을 잠깐 소개합니다. 주전 722년에 북왕국 이스라엘은 아시리아의 침략으로 멸망 당하고, 약 140년 이후인 주전 586년에는 남왕국 유다가 바빌로니아의 침략으로 또 멸망 당하고 맙니다. 오늘의 본문은 이 두 나라가 멸망하던 중간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이 먼저 멸망하고 나서,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죽었거나, 포로로 잡혀가고, 사마리아(멸망한 이스라엘의 남부) 지방에는 많은 이방인들이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아시리아 침략군도 있었고, 동으로는 아라비아 사막과 지중해의 연안 국가들로부터 모여든 여러 나라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믿던 각종 우상 종교를 따라, 그들의 산당을 사마리아 방방곡곡에 지었습니다. 야훼 하느님을 섬기던 땅에 그들의 우상들의 산당이 즐비하게 세워지는 것을 바라보던 유대인들의 가슴은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본문에 그 우상들의 명단이 나와 있습니다. ‘수꼿브놋’은 바빌론 사람들이 섬기던 여신이었고, ‘네르갈’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믿던, 죽음을 관장하는 지하세계의 신이었습니다. ‘아시마’는 서부 셈족이 믿던 신이고, ‘니브하즈’와 ‘다르닥’은 엘람 사람들이 믿던 신이었습니다. ‘아드람멜렉’과 ‘아남멜렉’은 에마릿 사람들이 믿던 신이었는데 그 신에게 제사를 할 때면 자기 어린 자녀들을 불살라 바치는 제사 습관이 있었습니다.

이런 끔찍하고도 기괴한 우상 종교들이 번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뜻있는 유대인들이 이 정경을 바라보면서, 나라가 망한 것도 분통한데, 하느님께서 주신 가나안 땅이 이토록 영적으로 피폐해져가고 있는 데 대해서 가슴이 터질 듯 아팠습니다.

더군다나 기가 막힌 일은 우상의 신전에 드나들던 유대인들이 안식일에는 회당으로, 유대인의 명절이면 성전으로도 찾아 모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혼합종교 현상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본문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는 어떤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들의 기독교는 현재 어떤 환경에 놓여 있습니까? 이 시대는 쾌락주의, 인본주의, 맘모니즘(재물숭배) 우상이 지배하는 세상이어서, 교회도 역시 ‘성공주의 기독교’, ‘소원성취의 기독교’, ‘적극적 사고’를 믿음으로 왜곡하는 기독교 등등, 이상야릇한 혼합종교로 변질된 종교를 우리가 기독교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어린이 제사’는 아니어도, 부모의 행복을 위해 태아 죽이기 ‘제사’(낙태수술)는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사마리아의 신전들보다 더 많은 어린 생명들을 죽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혼합종교를 따르면서, 기독교 신앙이라고 오인하는 것은 아닌가 말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인본주의 기독교, 인간의 이념을 두호하기 위한 기독교는 단호히 거절하게 하소서. 십자가의 복음, 부활의 복음, 재림의 복음 위에 확고히 서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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