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구원하고, 내가 멸망해서야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고린도전서 9장 23-27절 (공동번역 개정판)

[23] 나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 [24] 경기장에서 달음질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달리지만 상을 받는 사람은 하나뿐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모르십니까? 여러분도 힘껏 달려서 상을 받도록 하십시오. [25] 경기에 나서는 사람들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들은 썩어 없어질 월계관을 얻으려고 그렇게 애쓰지만 우리는 불멸의 월계관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26] 그러므로 나는 달음질을 하되 목표 없이 달리지 않고 권투를 하되 허공을 치지 않습니다. [27] 나는 내 몸을 사정없이 단련하여 언제나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이것은 내가 남들에게는 이기자고 외쳐놓고 나 자신이 실격자가 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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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일전에 항쩌우 아시안게임 도중, 한 경기 종목에서 일등으로 들어오던 한국선수가 너무 기쁜 나머지 응원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동안에 다른 선수가 먼저 골인지점을 통과하여, 그만 금메달을 놓쳤습니다.

일등을 확보한 실력까지는 칭찬 받을만 했는데, 우승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다가 일등을 잃게 된 그 한국선수가 참으로 안 됐습니다. 한 편으로는, 경기에 끝까지 집중하지 못한 그 선수에게서 타산지석으로 배우는 바가 컸습니다. 왜 경기장에 나가 섰는지를 마지막 순간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깨달았습니다.

( 2 ) 구약 사무엘상 9장 이하에 보면, 이스라엘의 초대 임금 사울 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하느님의 선택으로 영광스럽게 왕위에 앉았습니다. 예언자 사무엘이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사울을 왕위에 올려줍니다. 그러나 사울 왕은 왕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합니다.

이방 민족 불레셋이 침공했을 때에, 적시에 맞서 싸울 결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또한 아말렉과 전쟁을 할 때에도,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전리품을 챙기느라 전쟁을 끝까지 매듭짓지 못합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서 하느님께서 대노하십니다. 사울의 왕위를 뻬앗기로 작정하셨던 것입니다.

사울 왕의 마음은 점차 하느님을 떠났고, 질투심에 불타, 광기가 도진 나머지, 충신 다윗을 죽이려고 여러 차례 시도합니다. 결국, 불레셋과의 전쟁에서 쫓기던 사울은 그만 적군에게 포위되었고, 스스로 칼로 찔러 자결하고 맙니다. 하느님의 택함을 받았지만, 자기 중심적 고집을 버리지 못한 사울은 끝내 실패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 3 ) 신약 골로사이서 4장 14절에 ‘데마’라는 이름이 단편적으로 나오고, 디모데후서 4장 10절에서 같은 이름, 곧 “데마는 이 현세를 사랑한 나머지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카로 가버렸습니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바울선교단의 일원이었던 데마가, 공연히 사도들을 따라 선교단에 가담했을 리가 없습니다. 데마도 사도들 처럼 목숨을 걸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던 복음전도자였다는 말씀입니다. 그가 ‘현세의’ 무엇이 좋아 복음을 저버리고, 세속도시 데살로니카로 떠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욕이나, 물질의 유혹이 그를 넘어뜨렸던 것일까요?

( 4 ) 가룟 유다는 다른 열 한 제자들과 함께 예수님의 직계제자로, 헌금관리와 물자조달이라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제자들 처럼 전도훈련을 나가서, 임박한 하느님 나라를 전했고, 심지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병을 고친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예수님을 대제사장에게 팔아넘긴 배신을 했습니다. 비록 지금 복음전도자라 할지라도, 결정적 순간에 자기 이익을 위해 변절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무엇보다 저희 자신을 단련하여, 남에게는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면서, 저희는 하느님을 배신함으로 실격하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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