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 개정판)
{ 서신 } 로마서 4장 1-8절. [1] 우리 민족의 조상 아브라함의 경우는 어떠했습니까? [2] 만일 아브라함이 자기 공로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얻었다면 과연 자랑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 앞에서 자랑할 것이 없었습니다. [3] 성서에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믿었고 하느님께서는 그의 믿음을 보시고 그를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해 주셨다.” 하지 않았습니까? [4] 공로가 있는 사람이 받는 보수는 자기가 마땅히 받을 품삯을 받는 것이지 결코 선물로 받는 것은 아닙니다. [5] 그러나 아무 공로가 없는 사람이라도 하느님을 믿으면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얻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비록 죄인일지라도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6] 그래서 다윗도 선행과는 관계없이 하느님께로부터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은 사람의 행복을 이렇게 읊었습니다. [7] “하느님께서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죄를 덮어두신 사람들은 행복하다. [8] 주께서 죄없다고 인정해 주시는 사람도 행복하다.”
{ 복음 } 루가의 복음서 12장 4-7절. [4] “나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육신을 죽여도 그 이상은 더 어떻게 하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5] 너희가 두려워해야 할 분이 누구인가를 알려 주겠다. 그분은 육신을 죽인 뒤에 지옥에 떨어뜨릴 권한까지 가지신 하느님이다. 그렇다. 이분이야말로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분이다 [6] 참새 다섯 마리가 단돈 두 푼에 팔리지 않느냐? 그런데 그런 참새 한 마리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고 계신다. [7]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두셨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그 흔한 참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
* * * *
눈만 감으면, “하느님, 아버지” 하면서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은 좋은 습관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보다는 하느님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기도하는 것보다는, 인격적으로 하느님과 대화하면서, 일상적 대화를 하듯 기도생활을 하는 분들이 훌륭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고향 땅 우르를 떠나 가나안을 간 아브라함의 믿음은 순종의 믿음이었습니다. 이 순종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을 하느님 앞에서 갈등했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수없는 질문과 반론을 펴는 기도를 드렸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순종의 결단을 했으리라고 봅니다. 아브라함은 이렇게 그의 기도생활이 성장해 갔습니다.
아들 이삭을 하느님께 제물로 드리러 가던 아브라함의 순종의 믿음으로까지 성장하기에는 많은 세월이 걸렸습니다.
오늘 복음 본문에는 “너희는 이런 분을 두려워하라” 하시면서, “너희의 육신을 죽인 후에 지옥에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분” 곧 “하느님을 두려워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는 곧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말라” 하십니다. “두려워하라” 하시고는 왜 대뜸 “두려워하지 말라” 하셨을까요?
그 분, 곧 하느님이 두려운 분이시라는 것을 믿는 사람은, 그 분께서 두려운 분이 아니시라는 사실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왜요? 그 분이 우리를 그렇게도 끔찍히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저의 머리카락도 낱낱이 세고 계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어저께 저는 이발을 했습니다. 무수한 머리카락이 잘려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많이 떨어져나갔는지를 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하늘에 계신 그 분께서는 아신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저는 기억할 필요도 없는 숫자까지도 일일이 기억하시는 자상하신 분이시라는 말씀입니다.
저는 부정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맥박이 요동을 치고, 혈압이 급상승합니다. 며칠 전만 해도, 또 그 증세가 일어나서, 하늘 아버지의 집이 머지 않게 느껴진 일이 있었습니다. 부정맥이 저를 곧장 영원한 본향집으로 데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언제든 저를 데려가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삽니다. 그렇다면 단념할 것은 단념하고 살아야 할 터인데, 아직껏 세상에 미련을 두고 사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변정리를 미처 못한 것들이 아직 많은 겁니다.
오, 사랑의 주 하느님, 이토록 친절하게 저의 말년을 잘 거두시는 하느님 앞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저의 주변정리를 잘 하면서 살도록 인도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