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9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구약 } 이사야서 45장 1-3, 5-6절 [1] 야훼께서 당신이 기름 부어 세우신 고레스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의 오른손을 잡아주어 만백성을 네 앞에 굴복시키고 제왕들을 무장해제 시키리라. 네 앞에 성문을 활짝 열어 젖혀 다시는 닫히지 않게 하리라. [2] 내가 너를 이끌고 앞장서서 언덕을 훤하게 밀고 나가리라. 청동성문을 두드려 부수고 쇠빗장을 부러뜨리리라. [3] 내가 감추어두었던 보화, 숨겨두었던 재물을 너에게 주면 너는 알리라, 내가 바로 야훼임을. 내가 바로 너를 지명하여 불러낸 이스라엘의 하느님임을! … [5] 내가 야훼다. 누가 또 있느냐? 나밖에 다른 신은 없다. 너는 비록 나를 몰랐지만 너를 무장시킨 것은 나다. [6] 이는 나밖에 다른 신이 없음을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에까지 알리려는 것이다. 내가 야훼다. 누가 또 있느냐?
{ 성시 } 시편 96편 2-4, 7절 [2] 야훼를 노래하고 그 이름을 찬양하여라. 우리를 구원하셨다. 그 기쁜 소식 날마다 전하여라. [3] 놀라운 일을 이루시어 이름을 떨치셨으니 뭇 민족, 만백성에게 이를 알리어라. [4] 높으신 야훼를 어찌 다 찬양하랴. 신이 많다지만 야훼만큼 두려운 신이 있으랴. …. [7] 힘과 영광을 야훼께 돌려라. 민족들아, 지파마다 야훼께 영광을 돌려라.
{ 복음 } 마태의 복음서 22장 18-21절 [18] 예수께서 그들의 간악한 속셈을 아시고 “이 위선자들아,어찌하여 나의 속을 떠보느냐? [19] 세금으로 바치는 돈을 나에게 보여라.” 하셨다. 그들이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오자 [20] “이 초상과 글자는 누구의 것이냐?” 하고 물으셨다. [21] “카이사르의 것입니다.” 그들이 이렇게 대답하자 “그러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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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의 묵상 } 하느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던 날, 지구 상의 그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임금들보다 높으신 권위로, 예수님께서는 왕중의 왕으로 군림하셨습니다. 비록 그를 맞이한 사람들은 고작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들고 환영한 사람들 뿐이었지만, 예수님은 그 어느 임금보다도 높은 칭송과 찬양을 받으실 최고의 통치자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왕위에 등극하신 임금이 아니셨고, 예루살렘 입성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로마제국의 침략자 통치자인 빌라도 총독에게 유죄판결을 받아, 최극형인 십자가형을 당하시러 처형장 골고다로 올라가고 계셨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이 십자가의 사건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모든 죽음의 권세를 완전히 진멸하시고, 온 세상의 권력들을 평정하신 평화의 왕으로 군림하신 후, 부활로써 승리의 개선을 하실 것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의 권세로가 아닌, 부활과 영생으로 영원한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신 최고의 통치자가 되셨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십자가로 죄의 권세를 물리치시고, 부활로 개선하신 단 한 분, 영원하신 우리의 통치자 예수 그리스도를 만군의 주로 모시는 ‘하느님의 나라’ 백성들입니다.
인류역사를 하느님의 통치의 역사로 대전환을 일으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주전(B.C.)의 역사와 주후(A.D.)의 역사로 일대변혁을 일으키셨지마는, 현실의 기독교 2천 년 역사는 오히려 하느님의 통치에 대해 수많은 오해를 일으킨 일을 저질러 왔습니다.
가령 ‘십자군 전쟁’이라든가, 소위 ‘신성로마제국’이라든가, ‘기독교국가’를 자처하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의 식민지지배, 노예무역-노예제도, 세속적통치, 세속적문화, 20세기에 총체적 착취의 기반이 되었던 다국적기업 등과 같은 비기독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계사를 이루어 놓은 일은, 무엇으로도 다 보상할 수 없는 큰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의 통치는, 세속적 권력을 이루려는 노력이 아닙니다. 세상의 어떤 통치방식으로도 기독교의 ‘사랑과 공의’의 사회적 이상은, 그 그림자도 지상에 드리울 수 없었던 고결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정신입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꿈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정치체제는, 만민이 서로 화목한 가운데, 서로 유무를 상통하고, 다시는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그래서 오늘의 세계 곳곳에 쌓아 놓은 수많은 전쟁무기들이 평화의 도구로 둔갑하여, 평화로운 농기구가 되는 이상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향하여 날센 포탄을 쏘아 보낼 일이 없고, 노-비자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를 여행하고, 선교사들이 마음 놓고 무슬림의 땅 곳곳을 누비고 다녀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압록강 건너 닭 우는 소리가 들려와도, 서로 무엇이 아쉬워 국경을 넘보는 일이 없는 시대가 오고 말 것입니다. 평화와 자유, 진리와 공의, 사랑의 법이 ‘하느님의 통치’를 성취하고 말 것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하느님의 아름다운 평화의 통치가 온 누리를 뒤덮어, 이 험한 세상이 정의와 사랑의 세계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