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시편 39편 1-9절 (공동번역개정판)
[1] ‘혀를 함부로 놀려 죄를 짓지 아니하리라. 악한 자 내 앞에 있는 한, 나의 입에 재갈을 물리리라’ 마음먹었습니다. [2] 입을 다물고 벙어리 되어 가만히 있으려니, 아픔만 더욱 쓰라립니다. [3] 마음속에 불이 타오르고, 생각할수록 불길이 솟아 나와, 감히 혀를 놀립니다.
[4] “야훼여, 알려주소서. 며칠이나 더 살아야 이 목숨이 멈추리이까? 내 목숨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고 싶사옵니다. [5] 아옵니다. 나의 세월을 한 뼘 길이로 만드셨고, 내 목숨, 당신 앞에서 아무것도 아님을, 머리를 들어봤자 사람은 모두 한낱 입김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셀라) [6] 걸어다닌다지만, 실상은 그림자, 재물을 쌓아도 그것은 한낱 입김에 지나지 않으며, 그 차지할 자 누구일지 모르는 것을.”
[7] 그러니, 나의 주여, 이제 무엇을 바라고 살리이까? 당신 외에 또 누구를 믿으리이까? [8] 내 모든 죄를 벗겨주셔서, 미욱한 자들에게 욕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9] 당신께서 하시는 일이오니,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으리이다.
* * * *
이 시편을 읽노라니, 마치 제 신세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제게 평생에 중이염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약물로 치료했습니다. 수영장이나 바닷물을 보아도 그건 제가 들어갈 데가 못 되거니 했고, 머리를 감을 때면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장치를 하고서야, 머리에 물을 붓곤 했으니 중이염이 도질 이유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물에도 얼씬하지 않고,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날마다 귀에서 고름이 나오기에 이비인후과에 다시 갔습니다. 의사 분의 말씀이, 귓속 살이 곪은 것이 아니고, 뼈 속이 곪았다고 했습니다.
뭔가 제 수명이 다 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저도 마스크를 열심히 끼고 다녀서, 코로나 팬데믹을 용케 피했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달 중순에 결국 저도 그것에게 한 방 맞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뒤끝에 저의 기존의 질병인 부정맥을 증폭시켜 놓고 나가버렸습니다. 밤마다 곤히 첫잠에 들려고 할 때면, 부정맥이 돌연히 저를 깨웁니다. 가슴이 쿵쾅거려, 믿음이 부족한 저는 겁을 집어먹고, 이러다 가는 것 아니냐며 일어나 서성이곤 합니다.
오래 전에 어떤 신자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분은 고명하신 의사분이어서 그를 찾는 환자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사람들이 죽음에 임박하면,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합니다. 그런데 성직자 분들 만은 죽음에 대해 좀 의연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하십니까?”
그때 저는 그 분의 말씀에 그저 아무 말 않고, 빙긋이 웃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씀이 돌연히 생생히 떠오르는 것은, 제가 그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동기동창 4백 명 가운데 2백 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제가 지금 간들, 왜 벌써 갔느냐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평생 성직을 했고, 먼저 가신 분들의 장례를 모실 때면, 우리도 언젠가는 먼저 가신 분들을 하늘 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예의 바르게 전송하곤 했으나, 저의 순서가 다가왔으니, 그저 제 차례가 되었다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설 준비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불안해 한단 말입니까?
저는 유서까지도 써놓고, 사전의료의향서까지 써놓은 터에, 이젠 똑바로 하느님 계신 곳을 바라보며, “나의 주님, 이제 무엇을 바라고 살리이까? 주님 외에 또 바랄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다윗 처럼 이렇게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면 되는 것을..
<기도> 주 하느님,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조상들처럼 저 또한 하나님의 집에 영접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