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서신 } 로마서 7장 18-25절 [18] 내 속에 곧 내 육체 속에는 선한 것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을 실천한 힘이 없습니다. [19] 나는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을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 [20]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들어 있는 죄입니다. [21] 여기에서 나는 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곧 내가 선을 행하려 할 때에는 언제나 바로 곁에 악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22] 나는 내 마음 속으로는 하느님의 율법을 반기지만 [23] 내 몸 속에는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여 싸우고 있는 다른 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법은 나를 사로잡아 내 몸 속에 있는 죄의 법의 종이 되게 합니다. [24]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나를 구해 줄 것입니까? [25] 고맙게도 하느님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해 주십니다. 나는 과연 이성으로는 하느님의 법을 따르지만 육체로는 죄의 법을 따르는 인간입니다.
{ 복음 } 루가복음 12장 57-59절 [57] “너희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58] 너를 고소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길에서 화해하도록 힘써라. 그렇지 않으면 그가 너를 재판관에게 끌고 갈 것이며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주고 형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 [59] 잘 들어라. 너는 마지막 한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풀려나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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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로마서 7장의 오늘 본문은, 제가 한창 젊은 나이 때에 저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본문을 읽으며 마음 속으로, ‘맞아, 맞아’ 하면서 동감했고, 너무도 저의 마음에 딱 맞는 표현이어서 한참을 머물렀던 곳입니다.
하지만, 재빨리 8장으로부터 전개되는, 온 인류를 구원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읽어내려가지를 않고, 죄의 법과 하나님의 법 사이에서, 인간실존을 말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자기상실’ 증세를 벗어나지 못한 채 애만 태우며, 7장에 오래 머물러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로마서 7장은, 여기서 성경봉독을 중지하면 절대 안 됩니다. 성경공부를 하다가도, 7장 말미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8장으로 빨리 넘어가야 합니다. 8장을 말씀하기 위해서 7장의 서론이 이렇게 길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 2 )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은혜를 경험합니다. 그래서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됩니다. 그후 신앙생활로 들어가면, 은혜의 체험이 날마다 있지는 못합니다. 그저 똑같은 형태의 예배, 똑같은 교회활동, 똑같은 성도들끼리의 비비적거림 속에서 이런 저런 이기적 인간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마음에 상처도 받고, 상처도 주면서, 세월이 흐릅니다. 그러는 동안에 낙심도 합니다.
낙심이 좀 정도가 심해지면, 아주 탈락해 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맡은 사명이 중대한 경우에는, 그가 탈락할 때에, 교회공동체가 받는 손상이 생깁니다. 이것은 마치 전방진지의 어느 한 전열에 배치되었던 군사들이 탈영을 하는 경우와도 같고, 그물 한 곳이 찢어져 구멍난 것과도 흡사합니다.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들의 교회에는 날마다, 주님께서 지신 십자가를 바라보도록 설교가 있고, 십자가의 은혜를 잊지 않도록 때때로 신앙부흥회가 있고, 각급 – 각종의 프로그램으로 십자가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인도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로 아무리 말해도 감동이 전혀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우리들을 돕기 위해 성령을 보내 주셨고, 초대교회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성령께서 우리들의 마음을 때때로 뒤흔들어, 십자가의 은혜를 새롭게 인식시켜 줍니다.
( 3 ) 믿음은 십자가를 바라보고, 또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가며 성장합니다. 이것은 마치 어린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고, 두 발로 뜀박질을 할 때까지, 수없이 넘어지고, 털고 일어나고, 무릎에 상처가 생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루어지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몇 번 넘어졌다고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걷고, 또 걷고, 뛰고, 또 뛰는 가운데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가 있습니다. 할렐루야!
<기도> 주 하느님, 저희들에 앞서 십자기의 길을 가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또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습니다. 그 십자가와 성령의 은혜로 저희를 도우소서. 저희가 영적 사역자로 설 때까지 비록 좌절하더라도 수없이 다시 일어서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