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서신 } 로마서 8장 20-25절 [20] 피조물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 것은 제 본의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21] 곧 피조물에게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할 날이 올 것입니다. [22]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3]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하느님의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날과 우리의 몸이 해방될 날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24] 우리는 이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누가 바라겠습니까? [25]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기에 참고 기다릴 따름입니다.
{ 복음 } 루가복음 13장 18-21절 [18]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으며 또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19] 어떤 사람이 겨자씨 한 알을 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싹이 돋고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겨자씨와 같다.” [20]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21] 어떤 여자가 누룩을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 덩이가 부풀어올랐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누룩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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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우리는 이미 많은 영상자료들을 통해서,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온통 이상기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남-북반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다 뒤범벅이 되어 난리입니다.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서 북극곰들이 살 곳을 잃어가고, 남극의 펭귄들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타르를 몸에 뒤집어쓴 기러기들이 숨질 날만 기다리며 헐떡이고, 수많은 희귀종 동식물들이 지구상에서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입니다.
마침내 인류도 머지않은 장래에 멸종의 날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고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은 어느 점성가의 허무맹랑한 예언이 아니라, 근거가 확실한 예고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이미 2천 년 전, 사도 바울이 예견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엄숙하게 만듭니다. 어느 시대거나, 로마서의 이 예언의 말씀을 읽으면서, ‘설마, 그럴 리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사는 우리들은 성경 속에 담겨져 있는 이 명확한 예언이 이리도 적중하는가 놀랄 뿐입니다.
“하느님의 첫 선물인 성령을 받은 우리” 인간들이 “우리의 몸이 해방될 날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에서 해방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까? 지구를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살인적인 자연현상들과, 멈출 줄 모르는 전쟁들과, 거기에 동원되는 광포한 살인무기들의 횡포에서 해방될 날을 사모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마스들의 근거지 이름이 ‘가자’인데, ‘가자’의 뜻은 ‘힘이 있는 곳’ 입니다. 힘이 있기를 바라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는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생지옥이 되었습니다. 추후에 이 하마스의 비극이 이스라엘로 번져 시리아, 애굽, 이란까지 전화에 파묻히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전쟁광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21세기의 국지전들이 드디어 인류를 종말로 끌고 가는 세계대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듯합니다.
( 2 ) 겨자씨를 심는 농부의 마음에도, 누룩을 가루 서 말 속에 섞어넣는 여인의 마음에도, 장차 변화된 세계의 모습을 바라보는 강렬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복음을 사랑하는 우리 이웃들의 마음 밭에 심겨진 씨앗이 머지않아 싹 터 오를 것입니다. 또 누룩이 온 세계민의 마음 속에 평화의 꿈으로 부풀어 오르게 될 것입니다.
파멸의 운명 속에서 신음하는 내일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평화 속에서 서로를 영원한 안식 속에 만나게 될 소망으로 우리는 지금도 복음의 씨를 뿌리고, 누룩을 이웃의 마음 밭에 섞어넣고 있는 것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이 소망 없는 세계 속에 소망을 주시옵소서. 파멸로만 치닫는 역사를 멈추어 주시고, 복음의 씨앗들로부터 새 세상, 곧 하느님의 나라가 움터 오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