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모든 성인들의 기념일에 (공동번역개정판)
{ 구약차용 } 요한묵시록 7장 9-12절 [9] 그 뒤에 나는 아무도 그 수효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인 군중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모든 나라와 민족과 백성과 언어에서 나온 자들로서 흰 두루마기를 입고 손에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서 옥좌와 어린 양 앞에 서 있었습니다. [10] 그리고 그들은 큰소리로 “구원을 주시는 분은 옥좌에 앉아 계신 우리 하느님과 어린 양이십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11] 그러자 천사들은 모두 옥좌와 원로들과 네 생물을 둘러서 있다가 옥좌 앞에 엎드려 하느님께 경배하며 [12] “아멘, 우리 하느님께서 영원 무궁토록 찬양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영예와 권능과 세력을 누리시기를 빕니다. 아멘.” 하고 외쳤습니다.
{ 성시 } 시편 34편 8-10, 22절 [8] 너희는 야훼의 어지심을 맛들이고 깨달아라. 그에게 피신하는 자는 복되다. [9] 야훼ㅡ이 거룩한 백성아, 두려운 마음으로 그를 섬겨라. 두려운 마음으로 그를 섬기면 아쉬울 것 없으리라. [10] 맹수들은 먹이 찾아 배고플지 모르나 야훼를 찾는 사람은 온갖 복을 받아 부족함이 없으리라. .. [22] 야훼께서 당신 종의 목숨을 구하시니 그에게 피신하는 자는 죽지 아니하리라.
{ 서신 } 요한 I서 3장 2-3절 [2]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장차 어떻게 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리스도와 같은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때에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참모습을 뵙겠기 때문입니다. [3] 그리스도께 대하여 이런 희망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기 자신을 순결하게 합니다.
{ 복음 } 마태복음 5장 3-12절 [3]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4]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5]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6]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7]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8]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9]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10]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11]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12]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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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이 기념일(‘모든 성인들의 기념일’)의 전통은 주후 7세기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로마에 있던 신전으로 보이는 ‘판테온’ 이라는 유적지를 기독교가 관리하라고 맡겼습니다. 이 신전은 주전 27년에 마커스 아그리빠에 의해 건축된 것인데, 쥬피터 신을 예배하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6백 년이 흘러 폐허가 된 이 건물을 로마 황제 포카스가 교황 보니파스 IV세에게, 사용할 수 있으면 써도 좋다고 넘겨 준 것입니다. 교황은 이 곳을 교회당으로 개조하고, 608년에 ‘마리아와 모든 성인’ 의 이름으로 헌당식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 교회당의 지하묘지에서 누구의 유골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교황은 ‘여러 성인들’의 이름으로 교회의 명칭을 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때로부터 11월 1일을, 기념일이 정해지지 못한 모든 성인들을 기념하는 날로 정하여, ‘모든 성인들의 기념일’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기념일보다 교회는 엄숙하고 뜻깊게 이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 2 ) “오늘의 성경 본문들을 보면, 하느님과 그의 성자 예수님께서 신실한 성도들에게 약속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믿음을 지킨 성도들에게 주실 복락에 대한 약속입니다. 이 약속이 하느님의 나라에서 진실되게 성취되고 있을 것을 교회가 기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날에 우리는, 모든 구약의 족장들을 비롯하여, 어떤 박해 하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은 옛 사도들과, 교회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순교자들을 향해 환호를 외칩시다.” (‘끌레어보’의 버나드, ‘제성첨례일의 설교’ 에서 발췌)
( 3 ) “성인들의 생애가 아무리 고결했다 하더라도, 먼저 골고다 십자가에 오르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이 없었다면, 그 모든 성인들의 죽음이 한갓 무가치한 죽음이 될 뻔했습니다. 이 날에 우리는 모든 성인들의 피의 값을 고귀하게 만들어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하신 은공 앞에 다시 깊이 고개 숙여 경배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유고 래티머의 ‘강연집’에서)
( 4 ) “순교는 인간이 드릴 수 있는 최후의 예배입니다. 순교자들은, 예배를 받으실 홀로 한 분이신 하느님 앞에, 그들의 목숨을 바쳐 신앙을 고백했던 분들입니다. 그들의 예배를 기념하는 저와 여러분 모두는, 우리들의 예배가 늘, 우리들의 가장 귀한 것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예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사라지고,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이 가득하게 빛나는 예배를 드립시다.” (케네드 커크의 글 ‘하느님의 비전’ 에서)
( 5 ) “나사렛 예수께서 품으셨던 ‘하느님 나라’의 성취의 비전이 그의 공생애에서 드러났고, 이를 완결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오르셨습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은 예수님께서 품으셨던 ‘하느님 나라’의 비전을 예수님과 더불어 공유할 때에, 우리들의 삶은 가치를 발하게 되고, 우리들의 죽음마저도 하느님께서 귀하게 여겨 주십니다. .. 기독교 2천 년 역사의 드넓은 초원에 수없이 피었다 진 고귀한 꽃들이 저 초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왔습니다.” (토마스 머톤의 ‘새 씨앗을 품는 생각’ 묵상집에서)
<기도> 주 하느님, 11월 1일이 일년 365일 가운데 하루이지만, 이 날에, 수없이 피었다 진 아름다운 ‘천상의 꽃들’을 기념하게 해 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의 생애와 죽음으로 하늘의 영광이 빛나시기를 빕니다. 저희도 장차 그 영광을 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