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사람과 함께 우세요’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서신 } 로마서 12장 9, 14-16절 [9]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악을 미워하고 꾸준히 선한 일을 하십시오. … [14] 여러분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복을 빌어주십시오. [15]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고 우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주십시오. [16] 서로 한마음이 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천한 사람들과 사귀십시오. 그리고 잘난 체하지 마십시오.

{ 복음 } 루가복음서 14장 16-24절. [16]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였다. [17] 잔치 시간이 되자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자기 종을 보내어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어서 오라고 전하였다. [18] 그러나 초대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못 간다는 핑계를 대었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으니 거기 가 봐야 하겠소. 미안하오.’ 하였고, [19] 둘째 사람은 ‘나는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보러 가는 길이오. 미안하오.’ 하였으며 [20] 또 한 사람은 ‘내가 지금 막 장가들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소?’ 하고 말하였다. [21] 심부름 갔던 종이 돌아와서 주인에게 그대로 전하였다. 집주인은 대단히 노하여 그 종더러 ‘어서 동네로 가서 한길과 골목을 다니며 가난한 사람, 불구자, 소경, 절름발이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하고 명령하였다. [22] 얼마 뒤에 종이 돌아와서 ‘주인님, 분부하신 대로 다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자리가 남았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3] 주인은 다시 종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러면 어서 나가서 길거리나 울타리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을 억지로라도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도록 하여라. [24] 잘 들어라. 처음에 초대받았던 사람들 중에는 내 잔치에 참여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

* * * *

( 1 ) 오늘의 복음본문을 읽는 우리들은, ‘무슨 이런 잔치가 있을 수 있는가’ 하면서 혀를 차는 것이 보통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의 말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예수님께서 직접 당하셨던 일이었기에, 진정 화자인 예수님의 심정을 조금치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비유의 말씀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태도가 얼마나 잘못되었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목사의 아들로, 이 비유의 말씀에 대입한다면, 잔치집 주인의 집에서 일하는 한 종의 둘째 아들인 것입니다. 맨날 잔칫날을 기다리며 손님을 초대하러 다니는 종의 집에서, 항상 듣는 이야기라고는 초대손님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저도 대를 이어서, 잔칫집 초대를 하러 다니는 일이 저의 일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듣는 대답이 그리 좋은 반응들이 아닙니다. 제가 섬기는 주인께서 다시 노발대발하실 상황이 언제나 일어납니다. 잔칫날 차린 음식들이 다 버릴 정도로, 오겠다던 손님들이 모두 뭐가 그리 바쁜지 다 우수수 거절하며 떨어져나가고 맙니다.

저마저도, 주인집의 인기가 떨어져서 손님들이 안 오신다고 생각하고, 인기가 떨어진 주인님을 깔보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지금 주인님의 집에서 일을 돌봐 드리고 있습니다마는, 그리 충성된 일꾼으로 자처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인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가난한 사람도 좋다, 불구자도 좋다, 소경도 좋다, 절름발이도 좋다, 다 데려오너라’ 하셨고, 그래도 자리가 많이 비었다고 말씀드렸을 때, 주인님의 말씀이 ‘한길로 나가, 골목 골목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억지로라도 끌고 와서 자리를 채우라’ 하셨기 때문입니다. 주인님께서 늘 마음이 언짢으십니다.

제가 주인님께,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잔치에 올 상황도 아닌 사람들을 억지로 끌어다 앉혀 놓았다가 피로연 자리가 엉망이 되면 어떻게 해요?’ 했다가 경을 쳤습니다. 그래서 초대장을 들고 골목골목 다니는 제 아내와 더불어, 저는 초대장을 Facebook으로 전송하고 있습니다.

( 2 ) “우는 사람과 함께 우세요.” 이것은 제가 평소 실천을 잘 못하는 일입니다.

( 3 ) 오늘은, 교회 일로 평생을 살다, 중풍으로 몸져 누우시고, 55년 전, 쓸쓸하게 한밤 중에 세상을 떠난 제 아버지의 기일입니다. 제가 평소 잘 모셨으면, 반백년이 지났으니 지금쯤 아버지를 잃은 고통이 잊어질 만도 한데, 여태껏 가슴이 아픈 것은, 그리도 제게 냉대를 받으셨던 아버지였기에, 가슴이 아픕니다.

부모님 살아 계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잘 모십시오. 저처럼 후회하지 않게.

<기도> 주 하느님, 부족한 종이 잘 모시지 못했던, 저희 아버지를 하늘나라의 크신 위로로 감싸 주시고, 아버지 좋아하던 찬양의 본고장인 하늘의 음악에 한껏 취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