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율법의 완성’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서신 } 로마서 13장 8-10절. [8]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의무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율법을 완성했습니다. [9] “간음하지 마라. 살인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탐내지 마라” 한 계명이 있고 또 그 밖에도 다른 계명이 많이 있지만, 그 모든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0]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한다는 것은 율법을 완성하는 일입니다.

{ 복음 } 루가복음서 14장 25-30, 33절. [25] 예수께서 동행하던 군중을 향하여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26]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7] 그리고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8] “너희 가운데 누가 망대를 지으려 한다면 그는 먼저 앉아서 그것을 완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따져 과연 그만한 돈이 자기에게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 [29] 기초를 놓고도 힘이 모자라 완성하지 못한다면 보는 사람마다 [30] ‘저 사람은 집짓기를 시작해 놓고 끝내지를 못하는 구나!’ 하고 비웃을 것이다. … [33]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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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오늘의 서신 말씀과 복음 말씀은 서로 상반되는 느낌입니다. 서신은 ‘사랑의 계명이 최고의 계명이다’ 라고 한 반면에, 복음에서는 ‘가족을 등지지 않고서는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는 아주 사랑의 반대 행동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십시오. 가족 사랑은 철저히 이기심에 근거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기심의 사랑을 추구하면서, 복음을 증거하는 예수님의 제자 노릇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가족중심적 사고방식에서 해방되지 않고서는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대속의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이기적 가족사랑에만 머무를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 2 ) 베트남의 수도 호치민시티에서 갓 시작한 신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합니다. 신학교 상근교수들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기진행을 하자니,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교수를 만날 시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한 과목 씩 마무리하고, 교수들이 떠납니다.

도서관도 없습니다. 물론 베트남어로 마련된 충분한 교재도 없습니다. 그런데 신학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얼마나 공부에 목말라 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미처 그들을 충족시킬 수가 없어 쩔쩔맵니다.

하느님께서 이들에게 충분한 신학연마의 기회를 주는 교육환경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동고동락할 수 있는 교수요원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 3 ) 오늘은 영국과 웨일스에서 ‘성공회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로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성공회에서는 아직 이 날을 지키고 있지 않지만, 우리들의 기도에서 오늘, 전 세계에서 순교 순직한 성공회 성직자들과 복음전도자들을 기도 중에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주후 제 2세기에 ‘디오녜투스’ 라는 무명의 분이 썼던 한 편지가 지금껏 읽혀지고 있습니다. 몇 부분을 번역해 올립니다.

“기독교인들은 세상 사람들과 아무런 구분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입는 옷을 입고, 세상 사람들이 쓰는 말을 하고, 생활습관 마저도 다를 것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전혀 다른 것에 있습니다. 그들이 창안한 생각이 아니고, 하늘에서 오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전한 복음을 온 세상이 알도록 전하는 일에 모든 힘을 기울이며 살아갑니다.

물론 그들도 결혼을 합니다. 자녀도 낳습니다. 그러나 남들처럼 가족들과 지내지를 못하고, 이 곳 저 곳을 떠돌며 복음을 알리느라 세월을 보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저항을 받습니다. 때로는 강한 반발로 목숨을 위협 받습니다. 기독교인들의 의도를 모르는 사람들은 전도자들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부유합니다. 그들은 멸시를 당하고 모욕을 받지만, 단연코 그들은 누구보다 영예롭습니다. 그들은 실패한 자 같지만, 그들은 성공한 자들 중에 성공한 자들입니다. 하늘 나라에서 그들에게 영원한 영광이 있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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