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들이 기억할 세 가지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성경외전 } 지혜서 1장 1-6a 절 [1] 지상의 통치자들이여, 정의를 사랑하여라. 정직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고, 순진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아라. [2] 주님을 떠보지 않는 사람들이 주님을 찾게 되고, 주님은 당신을 불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타내 보이신다. [3] 사악한 생각을 가진 자들은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고, 전능하신 분을 시험하려는 어리석은 자들은 부끄러움을 당한다. [4] 지혜는 간악한 마음속에 들지 않으며, 죄로 물든 몸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5] 우리를 가르쳐주시는 성령은 거짓을 물리치고, 지각 없는 생각을 멀리하시며, 악을 일삼는 자로부터 떠난다. [6] 지혜는 사람을 사랑하는 영이다. 그러나 신성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

{ 성시 } 시편 139편 1-5절. [1] 야훼여, 당신께서는 나를 환히 아십니다. [2] 내가 앉아도 아시고 서 있어도 아십니다. 멀리 있어도 당신은 내 생각을 꿰뚫어보시고, [3] 걸어갈 때나 누웠을 때나 환히 아시고, 내 모든 행실을 당신은 매양 아십니다. [4] 입을 벌리기도 전에 무슨 소리 할지, 야훼께서는 다 아십니다. [5] 앞뒤를 막으시고 당신의 손 내 위에 있사옵니다.

{ 복음 } 루가복음서 17장 1-6절. [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죄악의 유혹이 없을 수 없지만, 남을 죄짓게 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하다. [2]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그 목에 연자 맷돌을 달고 바다에 던져져 죽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3] 조심하여라. 네 형제가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그 때마다 너에게 와서 잘못했다고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4] 그가 너에게 하루 일곱 번이나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그 때마다 너에게 와서 잘못했다고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5]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니까 [6] 주님께서는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째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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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본문들은 통치자들을 비롯해서, 남을 부리는 사람, 가르치고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만민을 향해서 하신 말씀이지만, 특별히 사회에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명하시는 말씀이라는 뜻입니다.

대체로 세 가지를 명하십니다.

첫째로, 사람들을 실족케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엄히 명하십니다.(복음 본문 1-2절) 남을 실족케 하는 사람이 받는 벌로서, 최극형에 처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형벌을 말씀하십니다. 연자맷돌만큼 큰 돌을 목에 매달아 깊은 바닷물 속에 던져넣는 형에 처하겠다 하셨습니다. 얼마나 두렵습니까? 저는 수영을 배우기 전에, 이미 깊은 바닷물에 한 번 빠져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은 인본주의, 자유주의, 정체성제일주의가 편만하여, 모두 제 멋대로 사는 세상입니다. 책임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책임보다 인기나 여론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둘째로, 용서하라 하셨습니다.(복음 본문 3-4절) ‘일곱’은 유대인들에게 완전수였습니다. 우리들의 열 또는 백에 해당합니다. 한없이 용서하라는 뜻입니다. 우리 자신은 하느님 앞에 한없이 용서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남에게는 무한히 용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도, 내게 용서를 비는 사람은 결코 용서하지 못하는 시대 아닙니까? 남이 용서하지 않아서 자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그 원인제공자를 찾아서 끝까지 책임 추궁을 하자’ 고 하는 세태입니다.

세째로, 믿음의 사람이 되라 하셨습니다.(복음 본문 5-6절) 만약 우리의 믿음이 겨자씨 한 알 만해도, ‘이 뽕나무더러 뿌리째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 하면 그대로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중인데,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중동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지만, 그 여파가 극동아시아, 즉 우리 한반도로 불똥이 튈 것이라는 경고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푸틴을 비롯한 전쟁의 발포명령권자들은, ‘적어도 나는 죽지 않는다’는 강한 신념만 있지,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은 없는 자들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지금 저희들의 앞에 놓여있는 이 혼돈을 거두어 주실 분은 오로지 하느님 한 분 뿐이십니다. 저희를 불쌍히 여기사, 저희들에게 ‘남을 실족케 하지 않는 언행’과, 관용하는 삶과, 올바른 믿음의 삶을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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