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위고 주교의 기념일 (공동번역개정판)
{ 성경외전 } 지혜서 13장 1-4절 [1] 하느님을 모르는 자들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어리석어서, 눈에 보이는 좋은 것을 보고도 존재하시는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업적을 보고도 그것을 이룩하신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2] 그래서 그들은 불이나 바람이나 빠른 공기, 또는 별의 회전, 혹은 도도하게 흐르는 물, 하늘에서 빛나는 것들을, 세상을 지배하는 신들로 여겼다. [3] 만일 이런 것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것을 신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것들의 주님이 얼마나 더 훌륭하신가를 알아야 했을 터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을 창조하신 분이 바로 아름다움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4] 또 그들이 이런 것들의 능력과 힘에 놀랐다면, 마땅히 이런 것들을 만드신 분의 힘이 얼마나 더 큰가를 깨달아야 했을 터이다.
{ 성시 } 시편 19편 1-4a, 9-10절 [1]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속삭이고, 창공은 그 훌륭한 솜씨를 일러줍니다. [2] 낮은 낮에게 그 말을 전하고 밤은 밤에게 그 일을 알려줍니다. [3]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들리지 않아도 [4] 그 소리 구석구석 울려 퍼지고 온 세상 땅 끝까지 번져갑니다. … [9] 야훼의 말씀은 순수하여 영원토록 흔들리지 아니하고, 야훼의 법령은 참되어 옳지 않은 것이 없다. [10] 금보다, 순금덩이보다 더 좋고, 꿀보다, 송이꿀보다 더욱 달다.
{ 복음 } 루가복음서 17장 26-30절 [26]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는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27] 노아가 방주에 들어간 바로 그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다가 마침내 홍수에 휩쓸려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28] 또한 롯 시대와 같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짓고 하다가 [29] 롯이 소돔을 떠난 바로 그 날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리자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30]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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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인간이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짓고, 장가가고 시집가는 일’(복음본문 27-28절)이 잘못된 일이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런 일 밖에는 더 이상 마음을 쓰지 못하는 이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엄중하신 심판이 가까이 임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어쩌란 말입니까? 제 1독서(지혜서)와 성시 본문이 말하듯,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우주의 주인이시라는 것을 믿고, 하느님의 뜻에 맞도록 살기를 힘써야 한다는 것, 곧 꿀보다 달고 금보다 고귀한 말씀에 우리들의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는 동안에, 재림하시는 주님을 우리가 맞이한다면, 재림의 날이 우리들에게 기쁨의 날이 될 것입니다.
( 2 ) 바로 내일이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날인 듯, 평생을 힘써 사셨던 특별한 한 분을 소개합니다. 그분은 위고 주교(Hugh 프 Hugo, of Lincoln, 1135 – 1200)였습니다.
위고 주교는 본래 부르군디 지방 아발롱 태생이었습니다. 그는 여덟 살 때에 이미 수사 밑에서 경건생활을 훈련받았습니다. 25세 때에 알프스 지방의 샤르뜨루즈 수도회에 들어가서 수사가 되었고, 37세에 위탐수도원의 원장이 되었습니다.
1178년에 영국왕 헨리 II세가 서머싯 지방에 샤르뜨루즈수도원을 새로 설립하고 위고를 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그러나 위고는 원장으로 취임하기에 앞서, 수도원을 건립하는 일에 동원되었던 지방민들의 품삯을 헨리 II세가 완불하기까지는 취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헨리 II세가 완불했다는 통지를 받고서야 취임했습니다.
위고는 임금에게만 강경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일에도 집요하였습니다. 그의 서원기도와 간구기도는 매우 실질적이었고, 간절했습니다.
1186년 그는 영국에서 가장 큰 교구인 링컨교구의 주교가 되었습니다. 이 교구는 16년간 주교가 공석이었기 때문에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습니다. 위고는 명 수도원장이었고 명 교구장이었습니다. 그는 그 많은 업무들을 전혀 부담감없이 처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바쁠수록 원기왕성하였습니다.
한번은 민간인들의 주거지를 왕실 사냥터로 지정하여, 그곳의 주민들을 모두 내쫓았다는 말을 듣고, 그는 곧장 궁으로 달려가 곧 원상복구를 시킬 것을 요청해 뜻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링컨과 노담턴 지방에서, 폭도들이 유대인 주민들을 못살게군다는 소식을 듣고, 위고 주교는 혼자서 그들에게 달려가 그들을 물러가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는 14년간 주교 직에서 봉사하던 중 1200년 오늘, 런던에서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마치 내일이 재림하시는 주님을 만날 날처럼 저희가 오늘을 살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