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클레멘스의 기념일 (공동번역개정판)
{ 성경외전 } 마카베오상 2장 23-25, 27-28절 [23] 마따디아의 말이 끝났을 때 어떤 유다인 한 사람이 나와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왕명대로 모데인(*우상) 제단에다 희생제물을 드리려 했다. [24] 이것을 본 마따디아는 화가 치밀어올라 치를 떨고, 의분을 참지 못하여 앞으로 뛰어올라가 제단 위에서 그 자를 죽여버렸다. [25]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교 제사를 강요하기 위하여 온 왕의 사신까지 죽이고 제단을 헐어버렸다. … [27] 그리고 마따디아는 거리에 나서서, “율법에 대한 열성이 있고 우리 조상들이 맺은 계약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은 나를 따라 나서시오.”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28] 그리고 나서 그는 모든 재산을 그 도시에 버려둔 채 자기 아들들을 데리고 산으로 피해갔다.
* * * *
{ 복음 } 루가복음서 19장 41-44절 [41] 예수께서 예루살렘 가까이 이르러 그 도시를 내려다보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42] 한탄하셨다.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 [43] 이제 네 원수들이 돌아가며 진을 쳐서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쳐들어와 [44] 너를 쳐부수고 너의 성안에 사는 백성을 모조리 짓밟아버릴 것이다. 그리고 네 성안에 있는 돌은 어느 하나도 제자리에 얹혀 있지 못할 것이다. 너는 하느님께서 구원하러 오신 때를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 예수님께서는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 예루살렘이 장차 당할 운명을 내다보시며 우셨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깊은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다만 짐작하기로는, 내일의 일을 선명하게 내다보신 예수님께서, 너무도 처절하게 예루살렘 성이 무너질 것과 침략자들에 의하여 무참하게 살육당하고 늑탈당할 일이 끔찍스러워서 우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들을 도탄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하늘로부터 이 땅에 내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저들이 눈앞에 뵈면서도,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신 것을 알아뵙지 못하여, 구원의 길, 곧 평화의 길을 찾지 못하는 불쌍한 유대인들, 그리고 저 자신을 포함하여 답답하기 그지없는 세상사람들을 보시며 한숨지으신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 * *
{오늘의 기념일} << 클레멘스 주교, Clement (또는 Clemens), 제 1세기 >> 클레멘스는, 베드로 – 리누스 – 클레투스 3대에 걸친 로마교회의 최고책임자를 후계한 로마교회의 주교였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순교하셨습니다.
이레네우스의 기록에 의하면, 필립비 4장 3절에 나오는 ‘클레멘스’가 바로 이 클레멘스 주교와 동일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레멘스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면, 고린도 교구 내에서의 분쟁을 평정하기 위해 그가 써보냈던 편지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고린도 교구민들이 교구장 주교와 교구 당국자들에 대하여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클레멘스가 비록 로마교구의 주교였지만, 교회의 질서를 위해서 타 교구임에도 불구하고, 이 편지를 써보내서 화목을 빌었던 것입니다.
고린도 교구 의회가 모일 때마다 그의 편지를 매번 낭독했다고 전합니다. 그 편지에서 몇 구절을 여기 실어 드립니다.
“우리들이 믿는 구세주 예수는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인간들을 상종하실 이유가 없었던 분이시지만, 우리들의 구원을 위해서 인간이 되시어 세상에 오셨고, 구세주의 사역을 담당하셨습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그의 몸 된 교회는 구원의 일을 세상에 펼치기 위해, 여러 지체들이 각기 맡은 바 구실을 분담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머리는 손과 발이 없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며, 손과 발도 머리가 없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각 지체가, 자신의 존재 가치만 중요하게 생각하면, 지체가 모여 있는 몸, 곧 우리들의 교회는 제 구실을 다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교회는, 이 원리에 의해서 교회의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들을 ‘한 몸에 속한 지체라’ 말씀하셨습니다. 부디 교회의 지체이신 여러분, 우리는 한 분 하느님으로부터 각기 다른 영적 은사들을 나누어 받았으므로, 한 분도 빠짐없이 서로 한 몸의 지체이신 의식을 분명히 하고, 서로 돕고 협력하는 가운데, 살아 있는 교회로 세워나가시기 바랍니다.”
일설에 의하면, 클레멘스 주교는 기독교 박해 때에 체포되어 크리미아(오늘의 우크라이나)에 끌려가 중노동을 하다가, 닻에 묶여 흑해 바닷물에 빠뜨리어 물고기들에게 뜯기우셨다고 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평화의 왕이신 주 예수님을 뵈었으면서도 평화의 길을 못 찾아, 오늘도 전쟁의 도가니 속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영혼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예수님, 비오니, 저희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