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서신 } 베드로전서 1장 1-7절 [1]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인 나 베드로는 본도와 갈라디아와 가빠도기아와 아시아와 비티니아에 흩어져서 나그네 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2] 여러분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미리 세우신 계획에 따라 뽑혀서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예수 그리스도께 복종하게 되었으며 그분의 피로 죄가 씻겨진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에게 은총과 평화가 충만하기를 빕니다. [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자비로 우리를 다시 낳아주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심으로써 우리에게 산 희망을 안겨주셨습니다. [4] 그리고 여러분을 위하여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시들지도 않는 분깃을 하늘에 마련해 두셨습니다. [5]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믿음을 보시고 당신의 힘으로 여러분을 보호해 주시며 마지막 때에 나타나기로 되어 있는 구원을 얻게 하여 주십니다. [6] 그러므로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이 지금 얼마 동안은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 슬퍼할 수밖에 없겠지만, [7]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을 순수하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없어지고 말 황금도 불로 단련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황금보다 훨씬 더 귀한 여러분의 믿음은 많은 단련을 받아 순수한 것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는 날에 칭찬과 영광과 영예를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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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어난 곳은 함북 어대진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평양과, 제주도 서귀포, 부산에서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중학교부터 서울서 공부했습니다. 그러고는 일생 나그네 생활을 했기 때문에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 세상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나그네 인생’을 살게 마련입니다.
베드로전서의 수신인은, 지중해 연안 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디아스포라들’ 이라고 했습니다. ‘디아스포라’는 멀리 흩어져나간 유대인들을 말합니다. 그러나 뜻없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흩어져 사는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의미로 베드로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흩어져 살아도 ‘산 소망’을 지닌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장차 부활할 것이고, 구원과 영생의 약속을 받은 자들이라는 점에서 한결같은 무리들입니다.
‘산 희망’(3절)이라는 말은 자주 쓰이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문맥상으로 ‘산 희망’이라는 것은 부활을 뜻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은 모든 믿는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부활의 희망이 없다면, 이 무슨 엄청난 착오이겠습니까?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또 ‘분깃을 하늘에 마련했다’(4절) 고 했습니다. 이것 역시 하늘나라에만 있는 보배를 말하는데, 곧 ‘믿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구원과 영생’ 을 말합니다.
우리들의 신앙생활은, 철학자 파스칼이 말하는 ‘도박’이 아닙니다. 그는, 믿음으로 하늘 나라의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되면 대박이 되는 것이고, 만약 그것이 아니고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라면, 살아서 착하고 올바르게 살았으니 일단은 덕을 본 것이 아니냐, 그런 ‘밑져야 본전’ 논법은 근본적으로 불신앙에 근거합니다.
우리는 파스칼의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생명을 가지고 도박을 할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들의 생명을 걸고 ‘믿음의 단련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신앙인’ 이라고 베드로는 말하고 있습니다.(본문 7절)
그러므로 우리들의 생애의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까지, 믿음의 정제(단련)를 위하여 ‘사투’를 벌입시다. 막판 뒤집기로 성공을 해야 합니다. 포기하지 마십시다.
제가 대학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은 일본의 리꾜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어서, 몇 년에 한 번 씩 서로 오가며 농구시합을 했습니다. 한번은 장충체육관을 빌려 두 대학이 농구시합을 했습니다. 전교생이 가서 응원을 했습니다. 스코어가 계속 비슷비슷하게 이어져서 우리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리꾜대학의 주장 ‘야기’라는 선수는 키가 170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그의 활동량이 대단했습니다. 스코어가 81대 80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양편 선수들이 모두 지쳐 있는 속에서, 그 스코어로 경기는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주장 선수는 끝내 중앙선을 돌파하여 그 먼 거리에서 던진 볼이, 경기종료 종소리와 함께 우리 편 바구니로 들어갔습니다. 결국 우리는 졌습니다. 한 10초 동안 체육관 안에 멍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사람이 그 ‘야기’ 선수를 향해서 우렁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너무 훌륭한 선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내 우리들의 믿음의 단련은 성공을 거두어서,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고 영생의 문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의 믿음의 단련이, 믿음으로 구원과 영생의 상급을 받을 때까지 충실히 이어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