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할 준비, D-2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성시 } 시편 96편 7-13절 [7] 힘과 영광을 야훼께 돌려라. 민족들아, 지파마다 야훼께 영광을 돌려라. [8] 예물을 들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 그 이름에 어울리는 영광을 야훼께 돌려라. [9] 거룩한 광채 입으신 야훼를 경배하여라. 온 땅은 그 앞에서 무서워 떨어라. [10] 이 땅을 든든하게 세우신 야훼 앞에서 “야훼가 왕이시다.” 고 만방에 외쳐라. 만백성을 공정하게 심판하시리라. [11]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며 바다도, 거기 가득한 것들도 다 함께 환성을 올려라. [12] 들도, 거기 사는 것도 다 함께 기뻐 뛰어라. 숲의 나무들도 환성을 올려라. [13] 야훼께서 세상을 다스리러 오셨다. 그 앞에서 즐겁게 외쳐라. 그는 정의로 세상을 재판하시며 진실로써 만백성을 다스리신다.

{ 복음 } 루가복음서 21장 5-11, 13절 [5] 사람들이 아름다운 돌과 예물로 화려하게 꾸며진 성전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 때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6] “지금 너희가 성전을 바라보고 있지만 저 돌들이 어느 하나도 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고 말 날이 올 것이다.” [7] 그들이 “선생님,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날 즈음해서 어떤 징조가 나타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8]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내 이름을 내세우며 나타나서 ‘내가 바로 그리스도다!’ 혹은 ‘때가 왔다!’ 하고 떠들더라도 속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들을 따라가지 마라. [9] 또 전쟁과 반란의 소문을 듣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그런 일이 반드시 먼저 일어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끝날이 곧 오는 것은 아니다.” [10] 예수께서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민족이 일어나 딴 민족을 치고 한 나라가 일어나 딴 나라를 칠 것이며 [11] 곳곳에 무서운 지진이 일어나고 또 기근과 전염병도 휩쓸 것이며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굉장한 징조들이 나타날 것이다. … [13] 그 때야말로 너희가 나의 복음을 증언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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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 가운데 루가복음서 만이 전하고 있는 이야기 가운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에 예수님의 좌우편에 달렸던 두 죄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예수님을 모욕하면서 ‘당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요?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보시오!’ 라고 했지요? 그 때에, 다른 한 편의 죄수가 그 죄수 더러, ‘너도 저분과 같은 사형 선고를 받은 주제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가 한 짓을 보아서 우리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이야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라고 꾸짖고는,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했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이다.”

진정 ‘막판 운명 뒤집기’ 치고는 이만한 것이 또 없습니다. 만약 이 일이 없었더라면, 그는 맞은 편에 있던 죄수와 함께 영원한 지옥형벌을 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의 ‘입장천명’은, 십자가 고통 중에 계셨던 예수님일지라도, 흘려넘길 말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죽을 죄를 지은 사람들이지만, 저분은 죄가 없이 죽으시는 분이시다.’ 그 와중에 어떻게 그런 명쾌한 사태파악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더구나, 예수님의 신분을 알았단 말 아닙니까? ‘이 분은 왕이시다. 고작 땅에 속한 나라가 아니라, 세상 모든 주권들보다 상위에 있는 영원한 하느님의 주권의 왕이시다.’ 라는 신념을 가지고, 그가 주님께 청합니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신입교인 등록, 교리반 학습, 세례문답, 견진성사를 모두 일사천리로 통과하여, 그날 한 두 마디로 그 죄수는 낙원을 허락 받았습니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홈런을 치고서, 늠름히 1루, 2루, 3루를 돌아 천국문에 개선하는 그 죄수가 부럽습니다다.

오늘 루가복음서 본문은 재림의 날, 곧 ‘끝날’ 이 오는 징조에 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오기 전에 징조들을 볼 것이라 하셨는데, 그 징조들은, 가짜 예수의 출몰, 전쟁, 반란의 소문, 민족끼리의 싸움, 국가간의 싸움, 지진, 기근, 전염병, 천체의 이상현상 같은 것들이 나타날 것이라 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날마다 듣는 소식 아닙니까? 그만큼 들었으면, 주님 다시 오실 날이 가까움을 알아챌 만도 하지 않습니까?

본문 13절에서는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끝날의 징조를 보거든) 그 때야말로 너희가 나의 복음을 증언할 때이다.”

<기도> 주 하느님, 주님의 재림이 가까운 이때에 저희가 주님의 복음을 증언하게 하시며, 주 하느님의 영원한 주권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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