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와 감사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시편 130편 1-8절 [1] 야훼여, 깊은 구렁 속에서 당신을 부르오니, [2] 주여, 이 부르는 소리 들어주소서. 애원하는 이 소리, 귀 기울여 들으소서. [3] 야훼여, 당신께서 사람의 죄를 살피신다면, 감당할 자 누구이리까? [4] 그러나 용서하심이 당신께 있사오니, 이에 당신을 경외하리이다. [5] 나는 야훼님 믿고 또 믿어, 나의 희망 그 말씀에 있사오니, [6]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보다 내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리옵니다. [7]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처럼 이스라엘이 야훼를 기다리옵니다. 인자하심이 야훼께 있고 풍요로운 속량이 그에게 있으니 [8] 그가 이스라엘을 속량하시리라. 그 모든 죄에서 구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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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오늘, 성찬례 독서와 조만도 독서 가운에 만도의 시편 하나(시편 130편)를 택하여 오늘의 말씀묵상의 본문으로 삼습니다.

“깊은 구렁 속에서 당신을 부르오니” 로 시작하는 이 성시는, 깊은 좌절에 빠져 있는 이들이 곧잘 찾아서 낭송하는 시편입니다. 하느님의 용서를 비는 시편입니다. 오로지 용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에서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깊은 구렁에서’ 빌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2023년을 살면서 국제적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많은 좌절을 겪었습니다. 결코 장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한 해를 살았습니다. 온 세계가 전쟁의 도가니에 빨려들어갈 위협을 당해 어쩔 줄 몰라 했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내일을 우려하는 일들을 겪으며 많이 힘들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들의 장래를 보장받기 위해 하느님께 묻지를 못했고, 인터넷 자료로, 매스컴으로, 또 각분야 전문가들에게로 달려가 인간의 의견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역시 이 해가 다 가도록 아무런 소망의 근거를 찾지 못한 채, 이 해를 넘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이 부족했습니다.

우리는 한 해를 마감하는 오늘, 회개와 감사로, 그리고 새로운 경각심을 가지고 하느님의 가호하심을 빌면서, 한 해를 작별해야 옳겠다고 생각합니다.

1년이라는 한 단위의 시간을 흘려보내며, 우리는 엄숙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지으신 분께서 지난 한 해를 이 시간 속에 우리가 살게 하셨습니다. 복된 시간의 선물을, 오히려 그 선물을 주신 하느님의 뜻에 맞지 않게 사용한 일들을 생각하며 지금 안타깝게 후회하면서 회개합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관용과 오래 참으심으로 지켜보아 주셨던 하느님의 크신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새로운 한 해를 주신다면,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게 보낼 것이라는 새로운 각오로 주님의 은혜 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해(2023년)가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하느님의 자비로운 용서와 격려의 어루만지심을 간구하면서, ‘미완성과 혼돈’ 한 해를 송두리째 하느님께 맡겨 올립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의 지난 한 해를 용서하소서. 또 이렇게 실패작으로 지난 365일을 몽땅 맡겨 올립니다. 모든 살아 온 허물투성이의 날들을 용서하시고, 다시 소망의 눈으로 저희를 보아 주시며, 성령님의 위로와 격려를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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