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사도 안드레아 기념일 (공동번역개정판)
{ 마태복음 4장 18-20절 } [18] 예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걸어가시다가 베드로라는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가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19]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하시자 [20]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 요한복음 1장 37-42절 } [37] 그 두 제자는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갔다. [38] 예수께서는 뒤돌아 서서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은 “라삐,묵고 계시는 데가 어딘지 알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9] 예수께서 와서 보라고 하시자 그들은 따라가서 예수께서 계시는 곳을 보고 그 날은 거기에서 예수와 함께 지냈다. 때는 네 시쯤이었다. [40]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간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 [41]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찾아가 “우리가 찾던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 [42] 그리고 시몬을 예수께 데리고 가자 예수께서 시몬을 눈여겨보시며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 아니냐? 앞으로는 너를 게파라 부르겠다.” 하고 말씀하셨다. (게파는 베드로 곧 바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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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신년을 축하합니다. 모쪼록 믿음 안에서, 건강하게, 복되게 한 해를 사시기 바랍니다. 교회의 신년맞이는 오늘처럼 고요하게 이루어집니다. 올드랭사인을 부르는 일도 없고, 카운트다운도 없으며, 신년을 여는 제야의 종소리도 없이 그저 신년으로 조용히 들어섭니다.
본래 시간은 조용히 흐릅니다. 벽시계 중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매 초마다 초침이 탁탁 멎는 것이 있지만, 그냥 물이 흐르듯 초침이 흘러가는 시계가 있습니다. 후자의 시계가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흐르면 그 속에서 우리는 신년도 맞고, 생일도 맞고, 우리의 생활을 이어갑니다.
( 2 ) 위의 두 본문은 안드레아가 예수님의 제자가 된 과정을 설명하는 본문들입니다. 두 가지 본문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상 두 본문은 함께 성립할 수 있습니다. 아래 요한복음 본문은,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을 자기 형 시몬보다 먼저 예수님을 만났다는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마태복음 본문과 하나도 상충하지 않습니다. 다만 안드레아와 시몬이 함께 예수님을 만난 장소가 마태복음에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라고 했고, 요한복음에서는 장소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차이입니다.
독일의 실천적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의 ‘제자가 되는 비용’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제자로 부르셨고, 사람들은 그 부르심에 순종하고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진리를 탐구하는 스승의 뒤를 따라다니며 듣고 배우는 학도의 일과는 다른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십자가를 지신 스승을 따라서 그들도 십자가를 지는 것이 제자가 되는 길이었습니다. 이것은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구원을 위해, 필요할 때면 우리도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새 해 첫날 아침 무거운 이야기를 합니다.
( 3 ) 안드레아는 기독교에서 최초의 전도자였습니다. 예수님을 메시아(그리스도)인 줄로 믿게 된 직후, 그는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믿는 사람이 전도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형 시몬에게 예수님을 만나볼 것을 권했습니다. 형 시몬은 동생 안드레아의 말을 듣고, ‘도대체 누굴 만나 보곤, 날 더러 만나보라며 졸라대는 거냐?’ 며 퍽 궁금한 마음으로 예수님께 다가갔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시몬을 알고 계셨습니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 아니냐?” 라고 하셨습니다. 눈여겨 베드로를 바라보시던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너를 앞으로 게파(베드로)라고 부르자.” 하셨습니다. 벌써부터 자기를 알고 계신 분, 곧 나사렛 예수님에게서 그날 시몬은 큰 임무를 받은 것입니다. 고기를 낚는 일은 끝내고, ‘사람을 낚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4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새 해에 어떤 포부로 사시렵니까? 여러분께서 계획을 잡기 훨씬 이전에 예수님께서 이미 여러분이 하실 일을 먼저 계획해 놓고 계십니다. ‘사람을 낚는 일’입니다. 금년에는 누구를 낚으시렵니까? 몇 명이나 낚으시렵니까? 여러분은 사람을 낚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요?
여러분의 소원이 아니라, 하느님의 소원이 성취되는 ‘소원성취’의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주님께서 이 새 해에 영광을 받으시옵소서. 저희가 건강하게 살며, 하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