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요한묵시록 2장 1-5절 [1] 에페소 교회 천사에게 이 글을 써서 보내어라. 오른손에 일곱 별을 쥐시고 일곱 황금등경 사이를 거니시는 분이 말씀하신다. [2] ‘나는 네가 한 일과 네 수고와 인내를 잘 알고 있다. 또 네가 악한 자들을 용납할 수 없었으며 사도가 아니면서 사도를 사칭하는 자들을 시험하여 그들의 허위를 가려낸 일도 잘 알고 있다. [3] 너는 잘 참고 내 이름을 위해서 견디어냈으며 낙심하는 일이 없었다. [4]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네가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버린 것이다. [5]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빗나갔는지를 생각하여 뉘우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만일 그렇지 않고 뉘우치지 않으면 내가 가서 너희 등경을 그 자리에서 치워버리겠다.
* * * *
( 1 ) 요한묵시록은 주후 1세기 말에서 2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극악한 박해 아래서도 믿음을 지킬 뿐더러, 과감히 복음을 전파하고 있었던, 곳곳에 흩어져 있었던 초대교회들에게, 믿음을 지킬 것을 독려하기 위해서 쓴 문서입니다. 탄압 상황에서도 비교적 덜 위험스런 문서작성법인 ‘묵시록’이라는 암묵적 표현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그래서 2천 년이 지난 오늘날은 이 문서의 해석이 난해합니다.
특별히 2장과 3장에서는 일곱 교회에게 지난 날의 공-과를 평가해 주는 서한의 형태를 빌려서, 실제로 해당 교회가 시정해야 할 일과 보존해야 할 장점들을 교훈받기도 하면서, 이 묵시록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신앙생활에 필요한 교훈을 받도록 인도하고 있습니다.
해당교회의 총 숫자는 일곱이고, 이들 교회는 모두 ‘소아시아’(오늘날의 ‘튀르키예’) 서부지방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교회들을 상징하는 ‘황금등경 일곱 개’(묵시록 1:12)는 오늘날도 교회 제단벽(전면벽) 하단에 비치하는 일곱 촛대의 전통을 낳았고, 예전적 교회들은 이 장식을 보전하여, ‘세계교회와 함께 드리는 예배’ 임을 나타냅니다.
( 2 ) 에페소 교회에 주시는 꾸중의 핵심은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버린”(본문 4절) 사실에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현상이었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자신에게 주시는 꾸중이라고 믿는 성도나 교회는 그 내용을 대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원문으로 봐도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을 의미하는지, ‘성도간의 사랑’을 의미하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성도간의 사랑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말씀한 것으로 봅니다.
일반적으로, 교회는 ‘처음 사랑’의 현상을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 꾸준하고 능동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처음의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교회는 첫 사랑이 보존된 교회입니다.
– 거룩은 하느님의 성품이며 교회의 품격입니다. 거룩은 억지로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혜 안에서 사는 자들에게서만 거룩이 보입니다.
– 유무상통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이것 역시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첫 사랑을 보존한 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 성령께서 이루시는 놀라운 역사가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표적으로 자주 나타나는 교회가 첫 사랑이 보존된 교회입니다.
– 용서와 사랑, 그리고 소망과 상호신뢰 속에 살아가는 성도들의 품성을 바라보면서 교회 바깥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의 품격을 선망하게 됩니다. 이것이 첫 사랑을 간직한 교회의 증거입니다.
–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성도의 그리스도에 대한 첫 사랑의 증거’를 들 수가 있겠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성령을 통하여 저희 각자가 그리스도에 대한 뜨겁던 첫 사랑을 회복하게 도와 주시옵소서. 또 저희들의 교회가 그리스도에 대한 뜨겁던 첫 사랑을 회복하게 도와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성도와 교회들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