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시편 42편 1-5절. [1] 암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하느님, 이 몸은 애타게 당신을 찾습니다. [2] 하느님, 생명을 주시는 나의 하느님, 당신이 그리워 목이 탑니다. 언제나 임 계신 데 이르러 당신의 얼굴을 뵈오리이까? [3] “네 하느님이 어찌 되었느냐?” 비웃는 소리를 날마다 들으며 밤낮으로 흘리는 눈물, 이것이 나의 양식입니다. [4] 축제의 모임, 환희와 찬미 소리 드높던 그 행렬, 무리들 앞장서서 성전으로 들어가던 일,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5] 어찌하여 내가 이토록 낙심하는가? 어찌하여 이토록 불안해 하는가? 하느님을 기다리리라. 나를 구해 주신분, 나의 하느님, 나는 그를 찬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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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늦은 저녁 저는 옛 교우로부터 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심방을 부탁할 수 있겠느냐?’ 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연인즉, 희수(77세)에 이르도록 불신자로 살아온 분이 지금 병세가 갑자기 기울어져 위중하니, 심방을 좀 해 주면 고맙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경우에 비록 은퇴한 성직자라도, 이를 머뭇거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요청에는 무조건 나서라고 성직 안수를 준 것 아닙니까?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아니었고, 지금 자가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암이 너무 늦게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간다고 했더니, 진통제로 고통을 가라앉히고 대비하고 있다가 저를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병상에 누워 계신 환자를 생각하고 갔다가 저는 놀랐습니다. 그는 환한 미소를 띄우고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그는 기구한 조국의 혼란기를 살아오면서, 자신의 생애의 흐름마저 순탄치 않았습니다. 특히 이념격돌이 치열한 시기에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생애를 안정된 직업, 안정된 가정생활, 안정된 사회생활에 놓아 두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인간의 도리를 다할까, 어떻게 하면 정의롭고 인간답게 살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공부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자기 희생을 통해서 무엇인가 인류사회에 크게 공헌할 뜻을 품고 힘껏 살아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기독교에 입문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의 곁에, 지금껏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해 온 사촌여동생이 있어서, 그의 간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까지 연락이 되어, 인생 종막에서 하느님을 만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저는 대뜸 제가 예수를 믿는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이 우주 삼라만상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고, 주인이 있다, 인류 역사는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 이를 주관하시는 분이 계시다, 이 세계는 그 분이 창조하신 세계요, 그 분이 관리하시는 역사다, 하지만 믿고 맡긴 인류가 하느님을 배반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피조세계를 관리해 왔다, 그래서 ‘역사의 정점’에서 하느님께서 독생자 예수를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고, 역사에 개입하셨다, 개입하시는 방법은 통치자로서도 아니고, 철학자로서도 아니었다, 죄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려고,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인류를 대신해서 죽어주시는 분으로 오신 것이다, 그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살았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는다, 이것이 기독교의 신앙이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공상소설이 아니다, 이 사실이 믿어지는 것은 하느님의 영이 우리를 도울 때만 가능하다, 제 말에 동의하시면, 세례식을 거행하겠다, 했습니다.
그 환자분은 제게 동의를 했습니다.
이미 위중한 병세로 고통 중에 계신 그 분이 저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갈는지, 부정맥으로 가끔 놀라곤 하는 제가 먼저 갈는지는 하느님 만이 아십니다. 그러나 먼저 간 사람이 제 말의 실제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그곳에 당도한 성도들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와 은혜가 너무도 크고 놀라워서, 세상에서의 이념이나, 까다로운 정책 논쟁이나, 전쟁의 타당성이나, 모든 시비들은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분도 제 말에 동의했습니다.
저는 그 분에게 물을 얹어 성삼위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의 ‘목마른 헤매임’은 어제로 끝났습니다. 이제는 살아도 주를 위하여, 죽어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는 분이 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이면 건강을 다시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고맙고 놀라웠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시냇물을 찾은 그 영혼에게 날마다 생명수를 주시어 마시게 하시고, 이 세상 살아있는 날들에도, 주님의 은혜 안에서 날마다 살게 하시고, 주님의 나라에 이르러 구원과, 영생과, 하늘의 복락을 누리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