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 때, 책임 다하는 모습 보셔야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복음 } 요한복음 4장 31-38절 [31] 그러는 동안에 제자들이 예수께 “선생님, 무엇을 좀 잡수십시오.” 하고 권하였다. [32] 예수께서는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양식이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33]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누가 선생님께 잡수실 것을 갖다드렸을까?” 하고 수군거렸다. [34] 그러자 예수께서는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고 그분의 일을 완성하는 것이 내 양식이다. [35] 너희는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추수 때가 온다.’ 하지 않느냐? 그러나 내 말을 잘 들어라.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이미 다 익어서 추수하게 되었다. [36] 거두는 사람은 이미 삯을 받고 있다. 그는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알곡을 모아들인다. 그래서 심는 사람도 거두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게 될 것이다. [37] 과연 한 사람은 심고 다른 사람은 거둔다는 속담이 맞다. [38] 남들이 수고하여 지은 곡식을 거두라고 나는 너희를 보냈다. 수고는 다른 사람들이 하였지만, 그 수고의 열매는 너희가 거두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 “너희가 모르는 양식”(본문 32절)이란 무슨 뜻인가요? 주 예수님께서 굶주리셨던 것은 육신의 음식이 결핍해서가 아니라, “잃은 영혼의 되찾음”(루가복음 15장의 주제 참고)이 성취되지 않고 있음에서였습니다. 저의 기갈과는 차원이 다름을 깨닫게 되면서 부끄러움과 놀라움을 느낍니다. 본능적인 ‘영적 기갈’을 가지고 계셨던 우리 주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저의 기도도 ‘육신의 일용할 양식’만 구할 것이 아니라, 영적인 ‘일용할 양식’을 구했어야 옳았다는 깨달음을 받습니다.

“거두는 사람은 이미 삯을 받고 있다”(본문 36절)는 말씀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삯을 받는 것은 일이 다 끝난 때에라야 받는 것입니다. 맡았던 추수의 일이 다 끝난 사람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재림 때에 가서야 추수의 일은 끝날 것인데, 왜 벌써 추수가 끝났다고 하십니까? 그것은 추수의 때가 이미 되었으니, 일을 서두르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추수를 힘쓰던 이들이 벌써 하늘나라에 다다른 분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수많은 성인, 성도들이 그런 분들이지요.

“수고는 다른 사람들이 하였지만 그 수고의 열매는 너희가 거두는 것이다”(본문 38절)의 뜻도 마찬가지입니다. 수고를 딴 사람들이 했다는 말씀은, 복음의 씨앗을 세계 인류의 마음 밭에 뿌린 사람들은 지난 2천 년 동안 우리들에 앞서서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 분들이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우리들의 눈 앞에 저토록 누렇게 황금물결치는 ‘영적 추수밭’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바울, 어거스틴, 후란시스 같은 분들도 계시지만, 빅톨 유고 같은 분의 수고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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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도 제2과 } 마태복음 24장 45-51절 [45] “어떤 주인이 한 종에게 다른 종들을 다스리며 제때에 양식을 공급할 책임을 맡기고 떠났다면 어떻게 하여야 그 종이 과연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46] 주인이 돌아올 때에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아니겠느냐? 그런 종은 행복하다. [47] 나는 분명히 말한다. 주인은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48] 그러나 그가 만일 악한 종이어서 속으로 주인이 더디 오려니 생각하고 [49] 다른 종들을 때리고 술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기만 한다면 [50]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한 시간에 주인이 돌아와서 그 꼴을 보게 될 것이다. [51] 주인은 그 종을 자르고 위선자들이 벌받는 곳으로 보낼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 위의 본문 46절에서 “주인이 돌아올 때”라고 하는 메타포는 ‘주님께서 재림하실 때’를 의미합니다.

“더디 오려니 생각하고 다른 종들을 때리고 술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기만 한다면”(본문 48-49절) 이라는 말씀은, 주님께서 재림하실 날이 멀었다고 안도하면서, 제 맘대로 놀아난 모든 행각들을 총칭해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비록 폭력행위나 음주방탕하는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주님의 재림의 경각심을 잊은채로 사는 모든 행각들이 이 말씀에 해당합니다.

“위선자들이 벌받는 곳”(본문 51절), 예수님께서는 ‘지옥’이라는 표현을 피하셨습니다. 거기는 “가슴을 치며 통곡할” 곳이라고 하니까, 우리들의 연상은 ‘지옥’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옥에 가기 싫어서 영원한 하늘나라를 흠모하는 일은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님과 주님의 복음을 사랑했기 때문에 하늘나라로 가게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오늘은 동계재(겨울철에 있는 회개기간) 첫 날입니다. 이 날은 특별히 성직후보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하느님의 교회를 위해 평생 몸바쳐 일할 충성된 일꾼들을 얻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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