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복음 } 마태오 복음서 23장 34-39절 [34] “나는 예언자들과 현인들과 학자들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그러나 너희는 그들을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십자가에 매달고 또 더러는 회당에서 채찍질하며 이 동네 저 동네로 잡으러 다닐 것이다. [35] 그래서 마침내 무죄한 아벨의 피로부터 성소와 제단 사이에서 살해된 바라키야의 아들 즈가리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땅에서 흘린 모든 무죄한 피 값이 너희에게 돌아갈 것이다. [36] 분명히 말해 둔다. 이 모든 죄에 대한 형벌이 이 세대에 내리고야 말 것이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는 예언자들을 죽이고 너에게 보낸 이들을 돌로 치는구나.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 아래 모으듯이 내가 몇 번이나 네 자녀를 모으려 했던가. 그러나 너는 응하지 않았다. [38] 너희 성전은 하느님께 버림을 받아 황폐해지리라. [39]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받으소서.’ 하고 너희 입으로 찬양할 때까지 너희는 정녕 나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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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날을 지내자마자, 아주 복된 일이 세상에 일어나는 대신에, 살벌한 살육의 역사가 벌어졌습니다. 몇 날동안 계속되는 이 살육의 시리즈의 첫 죽음은 초대교회의 일꾼 스데파노였습니다.
구세주가 오신 후에 왜 흉한 일들을 기념하는 날들이 계속되느냐고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잘 살아 보시려고 오신 분이 아니고, 세상 죄를 지고 희생제물로 돌아가시기 위해서 오셨음을 기억합시다.
스데파노의 죽음에 관한 기록은 사도행전 6-8장에 있는 기록이 모두입니다. 스데파노는 “하느님의 은총과 성령의 힘을 가득히 받아 백성들 앞에서 놀라운 일들과 굉장한 기적들을 행하던”(행 6:8)사람이었습니다. 사도행전 7장에 수록되어 있는 그의 설교(자기변호)를 보면, 희랍어에 능통한 유대인이었습니다. 희랍어 밖에는 구사할 수 없었던 초대교회 교우들을 돕기 위해 선출된 부제 일곱 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죽임을 당한 것은, 유대인의 의회 (산헤드린) 에서였습니다.(행 6:12) 그는 신성모독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의 설교에서 일관성있게 말하고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을 어떻게 반역해 왔었던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설교의 말미에서, 재판정에 모인 무리들을 향하여 “이교도의 마음과 귀를 가진 이 완고한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당신네 조상들처럼 언제나 성령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조상들이 박해하지 않은 예언자가 한 사람이나 있었습니까?” 라고 힐란하며, 아무 죄없이 십자가에 달아 죽인 예수가 메시아였던 것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사태는 험악하게 되었고, 모인 무리들이 회개하기는 커녕, 일제히 달려들어, 스데파노를 돌로 쳤습니다. 격노한 무리들 앞에서 스데파노는 쓰러져 죽어가면서, 하늘을 응시하며,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편에 서 계신 예수님을 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행 7:55) 무리들은 스데파노를 성밖으로 끌어내서 돌로 쳤습니다. 스데파노는 “주님, 제 영혼을 받아 주옵소서…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지우지 말아 주십시오.” 라고 기도하고 돌무더기 속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죽음을 줄곧 온당하다고 생각하면서, 돌을 던지던 무리들의 겉옷을 맡고 있었던 사울(나중에 바울이 됨)은 이 사건을 잊지 못하였고,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나 회심하여 복음증거자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스데파노가 살았으면, 이루었을 복음전파의 크나큰 공적을 생각하면서, 사도 바울이 빚진 자의 자세로 남은 생애를 살았을 것 같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들이 불신앙적인 생각으로 살았을 때에, 다수의 무지한 무리를 이루어 허튼 소리로 복음증거자들을 힘들게 만들었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저희의 회개로 복음증거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빚진 자의 자세로 살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