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없이 죽어간 아기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죄없이 죽어간 아기들의 기념일

{ 복음 } 마태오 복음서 2장 13-18절 (공동번역개정판) [13] 박사들이 물러간 뒤에 주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어서 일어나 아기와 아기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알려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하고 일러주었다. [14] 요셉은 일어나 그 밤으로 아기와 아기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15]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서 살았다. 이리하여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16]헤로데는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몹시 노하였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서 박사들에게 알아본 때를 대중하여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버렸다. [17] 이리하여 예언자 예레미야를 시켜, [18]“라마에서 들려오는 소리,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 잃고 우는 라헬, 위로마저 마다는구나!”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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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동방에서 예루살렘까지 찾아온 박사들의 말이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라고 말했을 때에, 분봉왕 헤로데는 마음 속으로 대단히 분노했습니다. ‘유다인의 왕? 그런 건 있을 수 없지..’

마케도니아인인 자기와 자기의 후손들 만이 로마제국의 옹호 아래 임금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유다인이 유다인의 왕으로 태어난다고? 심기가 매우 불편했습니다.

더구나 기분이 언짢아졌던 것은, 동방에서 찾아온 박사들에게 ‘베들레헴에 가서 아기를 찾거든, 경배하고 돌아오는 길에 궁전에 들러 나에게도 통지해 주면 나도 가서 경배를 드리겠네.’ 하고 약속했는데, 이 자들이 아무 소식 없이 사라졌으니 이건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하며 화를 내었던 것입니다.

헤로데 왕이, 자기의 후손들이 누릴 영광을 보존하기 위해서 엄청난 조치를 취한 것이, 베들레헴과 그 인근 지방의 두 살 이하의 모든 사내아기들을 죽이고 오라는 명령이었습니다. 그의 부하들은 곧 출동해서 명령대로 이행했습니다.

이 영아살육의 사건은 헤로데와 헤로데의 후손들의 영화를 위해 죽어간 아기들의 죽음이었습니다마는, 어떤 이들은 아기 예수만 없었으면 그 비극적인 죽음은 없었을 것 아니냐며, 예수를 대신해서 죽어간 아기들이라고 보는 관점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일제로부터 한반도가 해방된 후 신탁통치를 위해 남한에 주둔하던 미국 군인들이 철수한 것이 한국전쟁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논법입니다. 북한군의 남침의 책임을 부인하려는 어거지 주장인 것입니다.

( 2 )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쵸프가의 형제들’의 ‘대심판관’편의 말미에 보면, 베들레헴의 영아살육 사건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나옵니다.

“… 그러니까 수 억의 행복한 갓난 아기들과, 선악을 판별하는 지식의 저주를 지니고 있는 수 만 명의 수난자가 있을 것이오. 그들은 평화롭게 죽고, 당신의 이름을 위해 평화롭게 사라진 것이며, 무덤 저 너머에는 다만 죽음이 그들을 맞아 줄 것이요. 그러나 우리는 이 비밀을 가리워 두고, 그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천국이니 영원이니 하는 보수(사후보상)를 가지고 그들을 유혹할 것이오. 만약에 저 세상에 무엇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 같은 자들의 차지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이오. 예언에 의하면, 승리 속에서 당신이 다시 올 것이며, 선택된 훌륭하고 강한 자들을 거느리고 오리라고 했소.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말하겠소, _ 그들은 다만 자기네를 구원했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을 구원했다고.”

이렇게 무신론의 논지를 펴고 있는 형 이반의 ‘극본’의 줄거리를 듣고 있는 동생 알료샤는 단호히 부인합니다. “형님의 극시는 결국 그리스도를 찬미한 것이지, 결고 욕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형 이반은 공산주의가 인류를 구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신실한 그리스도인인 동생 알료샤는 그리스도 만이 구세주임을 선포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우리가 헤로데 왕에게 학살당한 베들레헴의 죄 없는 아기들을 기억하나이다. 비오니, 모든 무죄한 희생자들을 주님의 자비하신 품에 안아주시고, 크신 권능으로 악한 폭군들의 흉계를 무너뜨리시어, 이 세상에 정의와 사랑과 평화가 넘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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