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 1주일, 본문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성시 } 시편 29편 1-2, 9-11절 [1] 하느님을 모시는 자들아, 야훼께 돌려드려라. 영광과 권능을 야훼께 돌려드려라. [2] 그 이름이 지니는 영광 야훼께 돌려드려라. 거룩한 빛 두르신 야훼께 머리를 조아려라. … [9]야훼의 목소리에 상수리나무들이 뒤틀리고 숲은 벌거숭이가 된다. 모두 주의 성전에 모여 ‘영광’을 기리는 가운데 [10] 야훼, 거센 물결 위에 옥좌를 잡으시고, 영원히 왕위를 차지하셨다. [11] 야훼의 백성들아, 그에게서 힘을 얻고 복을 받아 평화를 누리어라.
{서신차용} 사도행전 19장 4-7절 [4] 이 때 바울로는 다음과 같이 일러주었다. “요한은 사람들에게 죄를 회개한 표시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자기 뒤에 오실 분 곧 예수를 믿으라고 사람들에게 가르쳤던 것입니다.” [5] 그들은 이 말을 듣고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6] 바울로가 그들에게 손을 얹자 성령께서 그들에게 내리셨다. 그러자 그들은 이상한 언어로 말을 하고 예언을 하기 시작하였다. [7] 이렇게 성령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열두 사람쯤 되었다.
{ 복음 } 마르코 복음서 1장 6-11절 [6]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살았다. [7] 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나보다 더 훌륭한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만한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8]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그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실 것이다.”
[9] 그 무렵에 예수께서는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요르단 강으로 요한을 찾아와 세례를 받으셨다. [10] 그리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당신에게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11] 그 때 하늘에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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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구세주이심을 친히 나타내신 일을 종합적으로 ‘에피화니’(Epiphany, 공현, 현현, 출현)라고 말한다고 어제 말씀드렸습니다. 공현절기의 첫 주일인 오늘, 예수님께 일어났던 사건들 가운데,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을 찾아가서 그에게 세례를 받으신 일을 오늘 읽으면서 기념합니다.
유대인들 가운데, 죄를 회개하고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세례 요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도 그 대열에 서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이 주창하여 많은 유다인들이 응하고 있었던 ‘회개의세례’의 예식에 발 맞추어,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을 세례 요한의 ‘회개 운동’에 맥을 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세례를 받으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예식을 받고 있던 예수님에게 한 기이한 일이 생겼습니다. 하늘로부터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그의 위에 임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늘로부터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사도행전(행 2:1 이하)에서 성령이 임하시는 모습을 “불의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졌다”고 했습니다. 성령이 임하시는 모습은 단일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 서신 본문(행 19:6)에는 성령이 임하시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고,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 방언과 예언을 했다고 했습니다.
성령의 임재를 시각적으로 경험한 이들이, 하늘로부터 들려온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주어는 “나”이고 그가 말하고 있는 대상은 “너” 2인칭 단수입니다. 예수님께 말씀하시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음성을 예수님 말고도 거기 섰던 사람들도 들었는지는 확실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마르코 복음서 기자가 예수님께 들어서 이것을 기록했든지, 아니면 다른 청취자가 있어서 그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든지, 이 증언을 우리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사로운 인간 존재가 아니시고, 하늘로부터 인간세상으로 임하신 분이심을 나타내는 기이한 현상이 전개되었던 점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증언에 입각해서, 예수님은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그가 신적 존재인 것을 믿을 수 있었고, 하늘로부터 들려온 증언을 믿었습니다. 인간의 예수님 경험은 전적으로 신비요, 인격적이며, 객관화되지 않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예수님의 경험도 객관적일 수가 없습니다. 영원히 주관적이요, 신비이며, 영적 체험이지만, 여러분 자신에게 실존적으로 영혼에 변화를 일으킨 신비로운 실증만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기도> 주 하느님,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요, 저희를 구원하시는 구세주이심을 믿습니다. 이 믿음으로 저희도 세례를 받았고, 저희의 신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서 오늘도 살고 있습니다. 이 믿음이 저희의 실존적인 믿음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