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 4. 축마의 권세를 지닌 예수

마르코 복음서 1장 25-27, 34절 (공동번역개정판)

[25] 그래서 예수께서 “입을 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나가거라.” 하고 꾸짖으시자, [26] 더러운 약령은 그 사람에게 발작을 일으켜놓고 큰소리를 지르며 떠나갔다. [27] 이것을 보고 모두들 놀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이것은 권위 있는 새 교훈이다. 그의 명령에는 더러운 악령들도 굴복하는구나!” 하며 서로 수군거렸다. … [34] 예수께서는 온갖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시며 자기 일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마귀들은 예수가 누구신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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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구세주라는 사실을 드러내심’ 곧 ‘공현’의 네 번째 증거는 예수님의 ‘축마의 권세’였습니다.

마가복음 1장이 전하는 예수님 공생애의 최초의 사건은 ‘악령 들린 사람을 고치신 일’(막 1:21-28)과 ‘많은 병자를 고치신 일’(막 1:29-39)이었습니다. 앞의 본문은 어제(1월 9일)의 복음본문이며, 뒤의 본문은 오늘의 복음본문입니다.

( 1 ) 예수님 일행이 가파르나움으로 갔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한 더러운 악령이 들린 사람 하나가 회당에 있다가 큰 소리로 “나사렛 예수님, 어찌하여 우리를 간섭하시려는 것입니까? 우리를 없애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입니다.”(24절) 이렇게 떠들고 있었습니다.

회당은 지금 우리들의 교회나 마찬가지로, 모여서 성경을 공부하고, 정한 시간에는 회중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장소였습니다. 명색이 ‘하나님의 집’인 회당에, 악령이 들어와 진을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악령은 못 가는 곳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악령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악령의 권세를 물리치는 일에 진력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악령을 향하여 “입을 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나가거라.”(25절) 하고 꾸짖으셨습니다. 그러자 악령은 그 사람에게 발작을 일으켜놓고 큰소리를 지르며 떠나갔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와 안주하고 있던 악령은 그 사람에게서 떠나며, 그에게 발작을 일으켜놓고 떠났습니다. 악령은 곱게 떠나지를 않습니다. 끝까지 해꼬지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축마의 권세로 마귀들은 설 자리를 점차 잃어 갔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악령을 몰아내는 일이,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였습니다.

( 2 ) 얼마 후의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같은 가버나움 동네에 있는 베드로의 집으로 가셨습니다. 그때 베드로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 곁으로 가서 손을 잡아 일으키시자 열이 내리고, 부인은 그들 시중을 들었습니다.(막 1:29-31)

해가 지고 날이 저물었을 때에도 사람들이 병자와 마귀 들린 사람들을 예수님께 데려와서 병고침을 받기를 바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주셨다고 했습니다.(1:32-34)

그런데 보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악령을 쫓아내시며 악령들을 향하여,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히 경고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악령들이 먼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유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악령들은 예수님의 정체를 오히려 드러내면서, 이것이 예수님의 일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막 1:34하, 눅 4:31)

( 3 ) 우리들은 세례를 받을 때에, 세례언약으로 첫 번째 “여러분은 하느님을 거역하고 창조질서를 어지럽히는 사탄의 모든 일을 거절하겠습니까?”라는 질문과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지으신 피조물을 파괴하고 타락하게 하는 세상의 악한 권세를 물리치겠습니까?” 이런 질문 두 가지를 받습니다.

이때에 우리는 “예, 거절하겠습니다.” “예, 물리치겠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언약을 합니다. 이것은 구세주로 오셔서, 우리들을 악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신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약속을 받고 싶어하신 언약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악령의 편에 속하지 않기로 맹약을 한 것입니다. 이 약속을 신실히 지키는 우리들이 되십시다.

<기도> 주 하느님, 예수님을 통하여 악령의 권세를 세상에서 물리쳐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철저히 하느님의 편에 속하여 악령의 권세에 복종하는 일이 없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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