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신복룡 신구약성경)
마르코 복음서 1장 40-45절 [40]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께 와서 도움을 간청했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41] 예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시오.” {42]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43] 예수께서 그를 곧 돌려보내시며 [44] 이렇게 단단히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다만 사제에게 가서 그대의 몸을 보이고, 그대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시오.” [45]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 더 이상 드러날까 여겨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 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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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불치의 병으로 고통스럽게 사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마도 별로 안 계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불치의 병이었으면, 이미 이 세상 떠난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혹시 어떤 지병으로 지금껏 고통 중에 계십니까?
사람들이 많이 앓고 있는 질병 가운데는, 암, 만성 염증, 치매, 중풍 등 어려운 병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나병은, 오늘날은 약효가 좋은 치료제가 있어서, 불치의 병이라는 이름을 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나병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병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병이 아주 극성할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열 살 쯤 났을 때, 부산서 피난민으로 살았습니다. 교회 사택에서 살았기 때문에, 많은 걸인들이 교회로 와서 동냥을 구했습니다. 그 중에는 나병환자가 꽤 많았습니다.
제 부모님은, 나병환자가 만지고 간 나무기둥이라든지, 문고리나, 앉았던 의자에는 나병균이 묻어 있을 수가 있다고 해서, 그 분들이 오랜 시간 머물지 않도록 어서 어서 동냥 줄 것 있으면 주어서 보내라고 저희에게 주의를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제의 갑부라도 나병에만 걸리면 집에서 쫓겨나기 때문에 그 날로 걸인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나환자들의 소망이 있다면, 병이 낫는 것은 바랄 수도 없었으므로, 사는 날까지 배고픔을 면하고 살기를 바랐습니다.
그날 예수님을 만났던 나환자도 세상에 아무런 소망이 없었던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에게 하나의 새로운 소망이 생겼습니다. 소문에만 듣던 나사렛 사람 예수를 한 번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그분에게 자기의 병을 고쳐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소망이었습니다.
그 소망이 마침내 이루어져, 만신창이가 된 몸을 끌고 예수님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간청했습니다. “선생님, 하고자만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가 있습니다.” 가슴을 에이는 호소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나병환자를 바라보시며, 측은히 여겨, 그에게 선뜻 말씀하셨습니다. “깨끗하게 되십시오.” 이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뭉툭한 손에 손가락이 붙기 시작했고, 다 진물렀던 얼굴과 머리에 생살과 머리털이 솟아올랐습니다. 온 몸에 기운이 돌고, 피부에 윤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놀랐을까요?
예수님은 그에게 말했습니다. “소문을 내지 말고, 곧장 사제에게로 가서 모세의 규정대로 정결례를 치르면 됩니다.” 이렇게 일러 주었지만, 이 사람은 그냥 있지를 못했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 고향 동네의 지인들, 할 것 없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만났던 이야기, 병 고침 받은 이야기, 온통 소문을 내고 있었습니다. 소문을 내려고 낸 것이 아니라, 벅찬 기쁨을 가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병을 고치러 예수님께 찾아온 무리들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너무 드러날까 보아, 고을 바깥에 머무실 정도였다고 했습니다.(막 1:45)
<기도> 치유의 주 하나님, 오늘도 저희의 온전치 못한 몸을 돌보사, 자비의 손길로 저희 병든 몸을 모든 병고로부터 고쳐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