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 6, 죄를 사하시는 권세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마르코 복음서 2장 1-12절 [1] 며칠 뒤에 예수께서는 다시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예수께서 집에 계시다는 말이 퍼지자 [2]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마침내 문 앞에까지 빈틈없이 들어섰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계셨다. [3] 그 때 어떤 중풍병자를 네 사람이 들고 왔다. [4]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예수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수가 계신 바로 위의 지붕을 벗겨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를 요에 눕힌 채 예수 앞에 달아 내려보냈다. [5]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

[6] 거기 앉아 있던 율법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7] “이 사람이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하여 하느님을 모독하는가? 하느님 말고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중얼거렸다. [8]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느냐? [9] 중풍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는 것과 ‘일어나 네 요를 걷어가지고 걸어가거라.’ 하는 것과 어느 편이 더 쉽겠느냐? [10] 이제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의 아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그리고나서 중풍병자에게 [11] “내가 말하는 대로 하여라. 일어나 요를 걷어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12] 중풍병자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나 곧 요를 걷어가지고 나갔다. 그러자 모두들 몹시 놀라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 보는 일이다.” 하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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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아무리 ‘이웃사촌’, 허물없이 지내는 농촌 사람들일지라도, 남의 집 지붕을 뜯어낸다는 것은 용인하기 힘든 행동입니다. 비록 2천 년 전 유다인들 집의 지붕이 막대기와 기와(눅 5:19) 정도로 엉성하게 지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걸 제 맘대로 뜯고 있는 것을 주인이 어떻게 참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서 오래 지내셨다는 점에서든지, 또는 오늘 본문 서두에서 읽듯이, 예수님께서 “집에 계셨다”는 설명으로 보아, 집의 소유자가 누구였던 간에, 지금 그 곳에 기거하던 분이 예수님이셨다고 해석하는 이들(Hans F. Bayer 등)이 있습니다. 만약 그 분들의 말이 맞다면, 지붕을 철거하고 중풍병자를 달아 내리던 때에, 제일 당황할 사람은 예수님이셨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중풍병자에게 이렇게 선포하십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라고. 지붕을 뜯은 죄를 말합니까? 아닙니다. 지금 지붕 뜯은 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탓하지 않으십니다. 그 중풍병자를 악령의 손아귀에 엮이어 있게 만들었던 모든 죄의 굴레를 풀어주신 것입니다. “더 이상 죄의 굴레에 엮이어 종노릇 할 필요가 없다.” 고 선언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세상사람들에게 주시려던 선물, 곧 ‘죄 사함’의 ‘선물상자’를 뜯어, 그날 중풍병자에게 베푸신 것입니다.

( 2 ) 복음서에서 율법학자들은 주로, 예수님의 구세주의 사역을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버나움에서도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신성모독죄‘를 범했다고 정죄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인류에게서 죄의 짐을 풀어 주시고, 구원과 영생을 주시고자 하늘로부터 오신 예수님을, ‘너는 의원 노릇이나 할 것이지..’ 하는 질시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심사를 뚫어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시기를 ‘죄 용서한다’ 는 말과, ‘거적을 들고 가거라’ 하는 말 중에 어느 것이 쉬운 일이냐? 그러나 보라. 나는 죄를 사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내게는 그럴 권세가 있다, 하신 것입니다. 그후 중풍병자에게 “네 요를 걷어 들고 집으로 가거라” 하셨습니다.

( 3 ) 우리 인간들은 대부분 이 중풍병자처럼, 자기의 안타까운 문제를 가지고 예수님 앞으로 찾아갑니다. 병을 고쳐 달라고, 문제를 풀어 달라고, 뜻을 이루어 달라고, 우리들의 문제를 들고 예수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고 싶어하시는 것은, 오히려 다른 선물입니다. 죄 사함을 위하여, 그래서 죄로 인간을 얽어매는 악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우리들을 만나시기를 주님께서 원하십니다.

그러나 주님의 집을 찾아온 우리들은, 주님의 집 지붕이나 뜯어내고, 우리 볼 일을 보고는 그냥 뒤돌아서고 맙니다. 이런 무례한 우리를 탓하지 않으시고, 주님의 선물, 속죄의 은총을 안겨서 보내십니다. “속죄의 은혜, 구원과 영생의 선물을 가지고 가거라” 하십니다.

<기도> 주 하느님, 속죄의 권세를 지니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저희와 저희 이웃들이 모두 구원 얻기까지 힘써 복음을 전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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