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 8, 시공을 초월하는 권세

<연중 2주일 본문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구약 } 사무엘상 3장 10-18절 [10] 그러자 야훼께서 거기에 나타나 서시어 아까처럼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고 부르셨다. 사무엘이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11] 야훼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들어라. 내가 이제 이스라엘에서 무슨 일을 할 터인데, 듣는 사람마다 가슴이 내려앉으리라. [12] 그 날이 오면, 내가 엘리와 그 집안을 두고 말한 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지리라. [13] 너에게 알려주거니와, 나는 엘리의 가문을 심판하여 끝내 벌하고야 말겠다. 그것은 제 자식들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14] 그러므로 나는 엘리의 집안을 두고, 제물이나 예물을 소홀히 다룬 그 죄는 영영 용서해 주지 않으리라고 맹세하였다.” [15] 사무엘은 아침까지 누워 있다가 야훼의 성전 문들을 열었으나, 감히 밤에 보고 들은 것을 엘리에게 고하지 못하였다. [16] 그러는데 엘리가 “얘, 사무엘아!” 하고 불렀다. 사무엘이 “예!” 하고 대답하자 [17] 엘리가 “무슨 말씀을 하시더냐? 나에게 숨기지 말고 말해 다오. 너에게 하신 말씀을 한마디라도 숨긴다면, 하느님께서는 너에게도 나에게 내리시는 벌 못지않은 큰 벌을 내리실 것이다.” 하고 다그쳤다. [18] 그래서 사무엘은 숨김없이 다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듣고 엘리는 중얼거렸다. “야훼께서 하시는 일, 어련하시랴!”

*** 인간을 벌하실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범죄하는 그 날 그 때에 당장 벌하지는 않으십니다. 두고 보시며, 돌이켜 회개하기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서둘러 심판하시는 죄가 있습니다. 거룩한 것을 범하는 죄입니다. 신성모독죄입니다. 위의 구약본문에 보면, 제사장 엘리의 집안을 처벌하시겠다는 하느님의 선고를 어린 사무엘이 듣는 장면이 나옵니다.

엘리의 두 아들이 거룩한 성전에 들락거리면서, 한창 제사가 진행되는 시간에, 하느님께서 받으신 제물들을 뒤적여, 고기를 건져내다가 먹곤 했던 일을, 하느님께서 엄중히 처벌하시기로 작정하셨던 것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세상 일을 감찰하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눈이 못 미쳐서, 감찰을 못하고 계시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인간들이 ‘아마도 이것은 하느님께서 못보고 계실꺼야?’ 이런 착각을 할 뿐입니다. 하느님의 눈을 피할 곳이라곤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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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고린도전서 6장 18-20절 [18] 그러니 음행을 물리치십시오. 인간이 짓는 모든 딴 죄는 자기 몸 밖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음행하는 자는 제 몸에다 죄를 짓는 것입니다. [19]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20] 하느님께서는 값을 치르고 여러분의 몸을 사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기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십시오.

*** ‘블랙 박스’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전자 기록장치로서, 항공 기록에 사용했습니다마는, 지금은 대부분 자동차에 달고 다닙니다. 주행하는 자동차 앞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상세히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인간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 하느님께서 설치한 블랙 박스가 있다는 말씀일까요? “음행하는 자는 제몸에다 죄를 짓는 것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혼자만 아는 범죄라고 생각하는 범죄가, 자기도 모르게 우리 몸 안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음행이라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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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요한복음 1장 47-51절 [47]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시고 “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에게는 거짓이 조금도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48] 나타나엘이 예수께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필립보가 너를 찾아가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자 [49] 나타나엘은 “선생님,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50] 예수께서는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는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하시고 [51] “정말 잘 들어두어라. 너희는 하늘이 열려 있는 것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 예수님께서 시-공을 초월하는 분이시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타나엘은 그 자리에서 엎어져, “선생님,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라고 신앙고백을 했습니다. 위의 복음본문의 앞절인 46절에서 나타나엘이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고 핀잔했던 자기의 잘못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을까요?

지금 스마트폰으로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이든지 대면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상상 못할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시-공을 초월하는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2천 년 전에 사시면서 동 시대, 곧 주후 20, 30년대에, 아메리카 대륙에 마야문명권에서 살던 사람들의 일을 보고 계셨고, 고구려가 옥저를 멸하고 개국하던 당시의 일도 보고 계셨습니다.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 보고 계셨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삶도 보고 계십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전지전능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만유를 창조하시고, 만민을 감찰하고 계시는 하느님, 하느님 앞에서 저희가 하느님을 만홀히 여기지 않게 하옵소서. 거룩하신 하느님의 영광 만을 위해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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